◀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자는 것이었는데,
법 개정 과정에서 정치권은 시끄러웠지만
정작 농민들이 왜 벼농사를 놓지 못하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김태욱 기자가 농민들의 고민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창고에 정부가 수매한 쌀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충남의 논벼 재배면적은
13만 3,982 ha로 전남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넓고 쌀 생산량 역시
전남과 함께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쌀 초과 생산으로 인한
매입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벼 재배면적 축소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신 벼를 심던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을
심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공주시 관계자(음성변조)
"전략작물 직불제 논콩 재배하고 뭐 하면
250만 원, 추가로 도비 해서 주고 뭐 하고 해서 한 500만 원 정도 ha당 보조금 성격으로
다 주거든요."
하지만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략 작물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농촌의 심각한 고령화 때문입니다.
충남의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북부 공업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촌 시·군지역이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인 30% 안팎에 달하는 상황.
벼농사는 모심기와 벼 베기 등이
기계화가 돼 있지만, 콩이나 옥수수 등
전략작물은 논을 밭으로 갈아엎은 뒤,
모든 농사를 손으로 직접 해야 하다 보니
육체노동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지영배 / 공주시 유구읍 (72세)
"우리 노인네들 스스로 밭을, 김을 다 매야
되는데, 그런 걸 제대로 할 수가 없죠.
또 기계화 돼 있지도 않고. 저부터도 실제
그렇게 못하고 있으니까요."
벼농사를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겨우겨우 전략 작물을
심더라도 더 나은 상황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박천수 / 쌀전업농 공주시연합회 사무국장
"전략 작물 체계라고 해가지고 3천 평에
480만 원 줘 가지고 해. 전국에서 1%씩, 2%
늘어서 그게 나온다면 그 콩 값은 더 떨어지고 다른 작물도 심어도 마찬가지고.."
정부와 여당은 농심을 달래기 위해
2조 1900억 원인 직불금 예산을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늘리고 하락 조짐이
나타나면 즉시 쌀을 격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전략작물 재배 자동화
지원이나 1년씩 농사를 강제로 쉬게 하고
기본생계를 지원하는 휴경 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