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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12시 00분

사연&축하

128미터 언덕에 고가의 아웃도어가 웬 일?

설날인 오늘은 근무라서 어제 아산에 가야 했다. 아산 사시는 숙부님께 선물을 드리고 점심도 사드리려 가는 길이었다. 대전 복합터미널에 들어서니 ‘명절스럽게’ 귀성 인파가 흡사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기온이 포근했던 덕분에 가는 비가 내리는 데도 하지만 승객들 대부분은 등산용 아웃도어룩을 입고 있었다. 그러자 요즘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아주 고가의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로 인해 그야말로 등골이 휘청할 정도로 부모 부담이 많다는 일부 아웃도어룩의 이상 구매 현상이란 뉴스가 떠올랐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수입 고가 패딩(padding = 옷을 만들 때, 솜이나 오리털을 넣어 누비는 방식)인 이들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라는 옷은 중·고교생들의 겨울 등교 패션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두 제품이 국산 패딩과 비교해 볼 때 가격 대비 품질이 그다지 월등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너도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는 빗나간 유행 심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높은 게 사실이다.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가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캐나다와 이탈리아의 우수한 수작업 공정과 100% 현지 생산 등으로 높은 품질과 견고성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이 두 제품을 입기 시작하면서 중·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심지어는 ‘캐몽(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단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근무하는 직장의 1층 로비엔 여행사가 있다. 사장님 혼자서 일을 모두 처리하는 외에도 한국인 여행객들을 인솔하여 외국에도 자주 나가는 분이다. 얼마 전 그분에게서 들은 얘기 중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프랑스에 가면 몽마르트르 (Montmartre) 언덕이 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하며 사크레쾨르 성당과 생 피에르 성당 따위가 있는데 그러나 그 언덕은 고작 표고(標高) 128미터의 아주 야트막한 언덕이죠. 한데도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길 거의 모두 고가의 아웃도어를 입고 올라 외국인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죠!”

 

소위 ‘캐몽’이 인기를 끌자 급기야는 이를 모방한 짝퉁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 작금 어떤 굴절된 시류(時流)이다. 이들 ‘캐몽’이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면엔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불림에도 불구하고 이 옷을 안 입으면 왕따가 된다며 부모를 졸라 사달라는 일부 청소년들의 비뚤어진 의식 또한 한 몫 한다 하겠다.

 

거품이 잔뜩 들어가 있어 터무니없이 고가인 이들 ‘캐몽’에 대한 과열 현상은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의 축소판이란 생각이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有閑階級論)>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

 

베블런은 이 책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꼬집었다. ‘베블런 효과’는 그러니까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단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셈법이 쉬 통용된다.

 

아울러 괜스레 부화뇌동하여 무조건 남의 소비 성향을 좇아 한다는 뜻에서 ‘소비 편승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녀 하나 낳아서 대학까지 가르치는데 무려 2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이 가격(?)엔 과연 100만 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캐몽’은 넣어서 계산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