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할머니의 신발
할머니께서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셔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때 할머니의 옷을 챙기면서 알았습니다.
80넘게 사셔오면서 정말 입을 옷 하나 없으면서 사셨구나.
그렇게 병원에 있는데 갑자가 눈이 흐려지시고 말씀을 못하시면서
정신이 흐릿해지셔서 급히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그냥 다리가 아프셔서 입원을 했는데 뇌경색(중풍)이 생겼습니다.
저 때문입니다.
서둘러 옮긴 병실에 할머니의 신발만 남았습니다,
그냥 신발만...
그 신발을 들고 중환자실로 내려가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 낡아서 신지도 못할 것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니셨구나..
이까지 신발 얼마나 한다고 좀 사 신으시지 아니, 난 이까지 신발 하나 못 사드리고 뭘 했을까?
며칠 전부터 부쩍 쇠약해지시고 목이 아프시다고 하셨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제 탓입니다.
그때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다면 지금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시지는 않았을 텐데..
제 벌을 또 할머니께서 받으시고 계십니다.
중학교부터 할머니께서 저를 키우셨습니다.
없는 살림에 저를 대학까지 보내시고 아들(저의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저를 위해서 버텨내셨던 분이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계십니다.
80이 넘으셨어도 손자 뒷바라지에 손자를 어엿한 고등학교 선생님까지 만들어 놓으셨는데 지금 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지금 할머니께서 얼마나 두려우실까요? 말씀도 못하시고 눈물만 글썽거리시는 할머니를 두고 면회실을 나왔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담담해서가 아닐테지요 그랬습니다. 어려서부터 슬픈일이 힘들일이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고 애쓰는 버릇이 지금도 그렇겠지요.
뒤돌아서서 혼자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할테지만요.
그 동안 할머니께 해 드린 게 없는데 할머니를 위해 흘릴 눈물도 죄송할 만큼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받은 벌을 또 할머니께서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면 정말 할머니께 좋은 손자가 되고 싶습니다.
내일은 시장에 가서 새 신발을 사서 할머니께 드리려고 합니다.
할머니 어서 쾌차하셔서 빨리 제가 사드릴 신발 신으셔야죠!
저의 할머니의 쾌유를 같이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