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축하

50번째 생신 미역국은 제가 끓여 드리겠습니다.

마치 그것은....
두껍고 퉁퉁 부어있으며
100년은 되어 보일 정도로 갈라져 황토 흙이 묻어 있는 듯합니다.
바로 그것은  엄마의 손입니다....
지문도 다 어디로 날아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50대에 접어든 엄마이지만 70이 넘은 노인의 손같은 우리 엄마의 손과 발...

18년 동안 병석에 누워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빠를 대신하여 가장을 맡아 일하는 우리 엄마입니다.
엄마는 천하무적 쇠덩이보다 더 강합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엄마가 저를 낳았을 때 즈음의 나이가 되니... 이제.. 엄마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억척 아줌마가 된건 아빠가 쓰러지고 나서부터입니다.
엄마는 우리 삼남매에 의지하고 사셨고, 우리 또한 삐뚤게 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다행이라 생각하는게, 학교다니면서 야간자율학습 땡땡이나, 친구들 몰려다니며 폐싸움 한번 안한
우리 삼남매가 정말 다행이라고... 저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껴진답니다.

그 손으로 억척스러움으로 우리 삼남매를 모두 대학을 졸업시키셨습니다. 시골에서 3명이나 대학을 졸업시킨다는게, 그것도 혼자 벌어서 대학을 보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등록금을 낼 때 3명의 것을 합치면 10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들에게 꿈을 주고 사랑을 주고자 등록금 한번 밀리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삼남매에 의지하고... 가까이 사는 외할머니에 의지하며 살던 우리엄마는 몇 해전 혼자 되셨습니다.
가난한 시골집 막둥이로 태어난 우리엄마.
외할아버지는 엄마 7살떄 돌아가셨으니.... 저는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지요.

이제 2일만(11월 11일) 지나면 우리엄마의 50번째 생신입니다.
제가 그리 멀지 않은 기숙사에서 가족들이  보고 싶어 베개를 적시며 자는 것처럼 엄마도 외할머니가 보고싶어
아빠 몰래 숨죽여 우실테지요.

올해는 제가 엄마의 미역국을 끓여드리려고합니다.
내년에는 저도 출가외인이 될사람이기에...
따뜻한 밥상을 차려 엄마께 드리려고합니다.

"사랑하는 우리엄마 이정희 여사님. 50번째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