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어떤 샛길 전법

드는 건 몰라도 나는 건 금세 표 난다고 했던가요? 이는 가족의 경우에 더욱 부합되는 화두일 것입니다. 어려선 몰랐는데 대학생이 되고 더 지나 이윽고는 성인까지 되고 보니 이제 아들과 딸은 집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그렇게 헛헛한 마음이죠.
이런 까닭으로 아들과 딸이 집에 오는 날이면 저는 흡사 잔칫날인 양 그렇게 마음이 마구 뛰곤 한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는 형편이 군색하고 보니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적에도 용돈 한 번을 맘 놓고 넉넉하게 줘 보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늘 그렇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먹구름처럼 자욱하지요.
그렇다고 하여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선 그야말로 밥도 죽도 안 되는 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곰곰 궁리 끝에 도출해낸 게 바로 꿩 대신 닭이라도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그건 바로 글을 쓰고 퀴즈에도 응모하여 문화상품권 등을 받자는 어떤 ‘샛길 전법’이었습니다. 상품권에는 종류가 많은데 우선 문화상품권으론 책을 사고 영화도 볼 수 있지요.
어떤 안경점에선 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갈음하기도 합니다. 백화점의 상품권으론 이런저런 생필품을 사는데 효과적이며 구두상품권은 낡은 구두의 교체에 아무 효과적이죠. 한데 이러한 상품권을 받자면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항상 눈에 불을 켜고 부지런해야만 비로소, 그것도 겨우 자격이 주어질까 말까니까 말이죠. 이런 관점에서 매주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 모TV에서 매주 방송하는 <00퀴즈>의 ‘시청자 퀴즈’입니다.
근데 늘 그렇게 낙방의 미역국만 먹더니 이번엔 아주 운이 좋았지 뭡니까! 얼마 전 제가 그 시청자 퀴즈에 당첨되었다는 게시판의 글을 반갑게 보았는데 오늘 마침내 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한데 상품권의 액수가 자그마치 30만 원이나 되지 뭐예요! 와~ 빈 집에 소 들어왔네! 고무된 저는 참을 수 없는 경망스러움을 또 나타내기에 이르렀지요. 서울의 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래저래의 연유로 방금 상품권을 30만 원어치나 받았단다. 근데 특정 브랜드의 의류 구입에 한정되는 것이니 이걸 사용할 사람은 너와 네 오빠이지 싶어 전화 했다.” 딸의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네 오빠는 돈을 버니까 10만원 만, 너는 백수니까 20만 원어치를 주마. 됐지? 근데 집엔 언제 올래?” 아이들에게 현금으로의 용돈은 못 주어 미안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받은 상품권은 누구 못지 않게 비교적 넉넉했노라고 자부합니다. 아들은 한창 근무시간일 듯 싶어 전화를 안 했습니다. 아무튼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오늘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