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가정폭력이 무서운 까닭
#1
-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때렸습니다. 그것도 맨손이 아니라 가죽 허리띠와 깨진 술병 따위로요. 어머니는 여동생을 낳은 지 3년도 안돼 집을 나갔습니다. “그년 닮은 것들은 죽어야 해!” 도망간 엄마에 대한 욕설을 들으며 또한 툭하면 무릎을 꿇고 손바닥 비비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던 우리에게 있어 아버지는 괴물일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고교생 아들을 둔 새엄마를 함께 집에 들였습니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던 여동생이 그놈에게 겁탈을 당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들 모자(母子)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집에 불을 질렀고 거기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 이상은 월간 좋은 생각 2010년 12월호의 p. 117에 나오는 ‘미움을 버리고’라는 어떤 독자의 수기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2
얼마 전 사랑하는 딸이 모 대학원의 2011학년도 신입생 전기모집 석사과정에 합격했습니다. 1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딸이 너무 자랑스러워 저는 그 대학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곤 합격증을 출력했지요. 그러나 흑백으로 인쇄를 하고 보니 영 폼이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문구전문점에 가서 그 합격증을 장 당 700원을 주고 컬러인쇄로 뽑았지요.
그리곤 집의 서재(書齋) 중간 눈에 확 띄는 곳에 액자에 담아 그 걸 ‘전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처럼 마치 어린아이인 양 딸의 합격증을 액자에 담은 건 딸이 오죽이나 사랑스러웠으면 그랬을까 라는 건 구태여 사족이라 하겠습니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 친구 집에 갔는데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서 받아온 상장들을 아이들의 방 벽면에 아예 도배를 하듯 붙여놓은 걸 보고 한참을 웃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심전심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던 것은 그 친구나 저나 모두 딸과 아들을 키우는 아빠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로 말미암아 슬픔과 굴곡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어떤 불행한 여인의 수기를 인용했습니다. 이 수기의 본인에겐 미안하지만 이를 인용한 건 이 세상에 가정폭력이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이리 한 것이니 너른 해량을 바랍니다.
여하튼 아들도 마찬가지지만 딸을 키울 적에도 저는 매 한 번을 안 댔습니다. 대신에 사랑과 칭찬만큼은 그 어떤 만석꾼 못지않을 만치로 그렇게 마구 아낌없이 뿌렸다고 자부합니다. 어제부터 부쩍 내려간 기온은 오늘 급기야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육박할 정도로 가히 살인적입니다. 그렇지만 이같이 맹위를 떨치는 엄동설한을 따뜻한 봄으로 만드는 노하우는 분명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내 가족과 내 자녀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칭찬으로 만든 옷을 입히는 것입니다.
===> 12월 18일(토)은 숙모님의 72회 생신이십니다. 축하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