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축하

대학 기숙사 이야기

5년 전 2월 말에 딸은 여장을 꾸렸다. 그건 대학의 기숙사에 입사(入舍)해야 하는 때문이었다. ‘관악사’로 불리는 서울대 기숙사는 당시 원하는 학생을 모두 입사시킬 수 없었다. 이는 그만큼 기숙사의 숫자가 현저하게 부족한 때문이었다. 하여 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론 먼저 1학년 새내기와 또한 성적순이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란 말도 있지만 그 때 관악사로의 입사는 실제로 성적순이 좌우했던 것이다. 2학년이 되자 딸은 신입생 우선 배려 관행에 따라 기숙사를 비워주고 나와 신림동에 원룸을 얻었다. 그러자 대학의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보다 얼추 세 배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었다. 3학년이 되어 가까스로 재입사에 성공한 딸은 그러나 4학년 때는 다시금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신림동에서 기거하는 딸은 지난주에 이 대학의 2011학년도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에 합격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딸인지라 여간 대견하지 않아 툭하면 전화를 하여 딸을 칭찬한다. 딸은 그제 잘 하면 올 신학기 전에 대학원 기숙사에 입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럼 좋지~!!” 뉴스에 따르면 이젠 대학의 기숙사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엔 거의 지방 학생들만을 위한 3~6인 1실의 천편일률적이던 기숙사도 고급화 바람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깔끔하고 때론 호화롭기까지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바람에 당연히 각 대학의 관리부 부담은 과거에 비해 최대 2배 정도까지 뛰었다고 한다.

 

지난 9월의 또 다른 기숙사 관련 뉴스를 보자면 LG그룹 계열의 서브원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서울대 대학원 기숙사의 건물관리 서비스를 맡는다고 했다. 이는 이 회사와 서울대 측이 대학원의 기숙사를 민간투자유치(BTL)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참고로 BTL은 민간사업자가 자기자본과 운영인력을 투입해 국가시설을 일정기간 건설.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분할해서 받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한데 서브원이 관리를 맡게 된 서울대 대학원 생활관은 대학원생 전용 기숙사로 총 7개동 1374실 규모이며 최대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꽤 큰 시설물이지 싶다.

 

또한 시설 안에는 각종 식음료 푸드코트를 비롯해 편의점과 미용실, 그리고 실내체육관 등도 갖추고 있다고 하니 이번에 딸이 꼭 이 기숙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예전에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광고가 있었다. 그래서 이를 빙자하여 한 마디 더 하자면 - “신규건물이 아니라도 좋다, (내 딸이)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만 해 다오.” -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