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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12시 00분

사연&축하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아내는 그 애인에게

눈꼽을 떼지 않은 채로,

아침상을 차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그 애인 앞에서

콩나물 오백 원 어치를 사면서,

덤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그 남자와 같이 타는 전철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아이들이 사 달라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비싸

그런 것 먹으면 배탈 난다 핑계대고,

동네 슈퍼에 가서 콘을 사서 먹이진 않을 것이다.

 

내가 피우는 담배연기가 나쁘다고

베란다로 내쫓는 아내는,

아마 그 남자가 피우는 담배연기는

달콤한 향으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전화를 안 한다고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전화를 하면 퉁명스레 받는 아내는

그 남자가 전화하면 어떤 목소리로 받을까 하고

한참동안 궁리할 것이다.

 

내일 입을 와이셔츠를 다려 놨는지,

안 다려 놨는지 신경도 안 쓰는 아내는

아마 애인을 만나면,

그의 날개 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결혼한 이후로

한 번도 아침에 내 옷을 챙겨 주지 않은 아내,

아마 그 애인에게는

넥타이까지 매 줄 것이다

 

가끔 혼자서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아내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애인이 생겼냐고 묻는다.

 

아마 그 남자가 그랬다면,

그녀는 조용히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중략)

 

세상의 모든 남자는

나와 같이 평범하고 아둔하지만,

아내와 가정을 위해 곡예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아내는 왜 모를까.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나를 위해 화장을 하고,

내가 입을 와이셔츠가 있나를 검사하며

내일 메고 갈 넥타이를 챙겨 놓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에게 그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영화관에 함께 가서 같이 보고,

그 앞에서 파는 고급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자애롭게 웃으며 사 준다면...

 

아침에 예쁘게 세수를 하고

내게 아침상을 차려 준다면...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샤워코롱을 몸에 살짝 바르고,

얇은 속옷을 입고 잠들어 있다면...

 

나를 위해 향수를 한 병 사다

화장대에 놓아준다면...

 

난 알아 챌 것이다.

그녀의 외도가 끝났음을.

 

그리고 그녀를 돌려 준

그 남자에게 감사할 것이다.

 

-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