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아내는 그 애인에게
눈꼽을 떼지 않은 채로,
아침상을 차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그 애인 앞에서
콩나물 오백 원 어치를 사면서,
덤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그 남자와 같이 타는 전철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아이들이 사 달라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비싸
그런 것 먹으면 배탈 난다 핑계대고,
동네 슈퍼에 가서 콘을 사서 먹이진 않을 것이다.
내가 피우는 담배연기가 나쁘다고
베란다로 내쫓는 아내는,
아마 그 남자가 피우는 담배연기는
달콤한 향으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전화를 안 한다고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전화를 하면 퉁명스레 받는 아내는
그 남자가 전화하면 어떤 목소리로 받을까 하고
한참동안 궁리할 것이다.
내일 입을 와이셔츠를 다려 놨는지,
안 다려 놨는지 신경도 안 쓰는 아내는
아마 애인을 만나면,
그의 날개 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결혼한 이후로
한 번도 아침에 내 옷을 챙겨 주지 않은 아내,
아마 그 애인에게는
넥타이까지 매 줄 것이다
가끔 혼자서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아내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애인이 생겼냐고 묻는다.
아마 그 남자가 그랬다면,
그녀는 조용히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중략)
세상의 모든 남자는
나와 같이 평범하고 아둔하지만,
아내와 가정을 위해 곡예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아내는 왜 모를까.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나를 위해 화장을 하고,
내가 입을 와이셔츠가 있나를 검사하며
내일 메고 갈 넥타이를 챙겨 놓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에게 그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영화관에 함께 가서 같이 보고,
그 앞에서 파는 고급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자애롭게 웃으며 사 준다면...
아침에 예쁘게 세수를 하고
내게 아침상을 차려 준다면...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샤워코롱을 몸에 살짝 바르고,
얇은 속옷을 입고 잠들어 있다면...
나를 위해 향수를 한 병 사다
화장대에 놓아준다면...
난 알아 챌 것이다.
그녀의 외도가 끝났음을.
그리고 그녀를 돌려 준
그 남자에게 감사할 것이다.
-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