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언제나
나이가 조금씩 들기 시작하면서 가요프로에 둔감해지더니
이젠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가끔 나오는 노래만 '이거 들어본 노래 구나...'라고 느낄만큼의
OB(올드보이)가 되었네요.
한동안 티비와 라디오 프로에서 많이 나오던 노래중에 허각의 "언제나"라는 노래는
정말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제가 제 입으로 따라 부른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제(2011년3월10일목요일)
우연히 받은 메모리카드를 통해 네비게이션으로 음악을 듣는데 "언제나"가 나오더라구요
평소에 '이 노래 시원시원하고 좋던데. 배워보고 싶던데...' 하며 동경하던 노래라서
1곡 반복(repeat)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던중에 제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시원한 고음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노래가
또 제가 가사도 모르면서 고음부분만 신나게 따라했던 그노래가
이렇게나 제 마음을 아프게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문득, 가사의 상대방이 제 아내이고
노래는 제가 아내에게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니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며 속아나는데
정말이지 와락하며 눈물이 나서 참기가 힘들더라구요.
'아 왜이러지?" 하면서 잠깐동안 센치해지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눈물)은 잠깐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계속 제 감정은 깊어졌고...
가사는 들을수록 제가 제 아내에게 하는 이야기로 바뀌어 갔습니다.
아내에게 언제나 너를 지켜주고 싶다는 이야기...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뛴다는 이야기...
모든 부분에서 제가 아내를 앞에 앉혀놓고 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다 큰 30대 후반의 한 아저씨가
그것도 차안에 앉아서... 운전하면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고 다시 쓰고 다시 벗고...
요즘 잦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되는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엔 그럴때마다 제가 먼저 사과를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사과를 못했습니다.
그냥 싸움이후 감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그게 계속 마음에 남았나 봅니다.
약 5년전 봄(2006년4월말) 비인강 암3기로 안암동 고대병원에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그해 가을 처가어른들이 살고계신 충남 연기군으로 이사와서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는데
지극정성으로 제 병간호를 하고
두 아이들 뒷바라지 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한 제 아내에게
이제 좀 건강해 졌다고 자주 자존심문제로 아내와 싸우는 저를 뒤돌아 보면서
제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한것이 너무 미안하게 생각되는 요즘이었습니다.
그러다 사소한 싸움뒤에 사과하지 못하고 마음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언제나"라는 노래를 들으니까 이런일이 생긴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됩니다.
항암치료때문에 몸의 근육이 다 빠지고 머리가 다 빠져서
혼자서는 밖에 못 나가기때문에 항상 아내가 같이 동행을 해야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후로부터는 모든 행동에 아내가 항상 함께했고
아내가 없으면 일도 잘 못보고 뭔가 불안해 하는 저 인데
그런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도 잘 못하고 요즘처럼 이렇게 싸움이 잦으니까
제 가슴이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나 봅니다.
아마도 그런 눈물이 솟아올라온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제 사연이 방송에 나오게 된다면
이 내용을 편지로 옮겨서 아내에게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는데 잘 말을 못해서 미안하고
요즘 사소한 걸로 많이 싸우는데 내가 참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맙다고
정말정말 사랑한다고...
이 글을 쓰는동안에도 뜨거운 눈물이 게속 올라오네요...
cf. 제 아내 이름은 송영선 입니다. 방송에는 실명 밝히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