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흰색라면을 대상으로 한 어떤 품평회

예전엔 식당 등지에 가서 술을 먹자면 검은색의 콜라를 마시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같은 문화도 바뀌었는지 요즘엔 흰 사이다를 마시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급증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젠 라면도 종전의 붉고 매운 맛 일색에서 하얗고 덜 매운 쪽으로 기류와 경향마저 기우는 것일까?
하여간 그래서 이를 확인(?)헤 보고자 지난주부터 꾸준히 이른바 흰색라면 세 종류를 타깃으로 하여 나름 품평회를 해 보았다. 여기에 들인 재료는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그리고 (주)농심의 ‘사리곰탕’이었다.
개인적 품평회를 밝히기에 앞서 우선 강조할 것은 사람의 입은 모두가 제각각이란 사실의 강조이다. 고로 필자의 이 ‘라면 품평회’에 결코 현혹되거나 오해 혹은 오도(誤導)당하시지 말길 바란다. 먼저 먹어본 것은 ‘꼬꼬면’이다.
지난 주 모 할인마트에 갔다가 마침 다섯 개 묶음의 꼬꼬면이 더러 있기에 누가 먼저 사갈까 봐서 냉큼 사 왔다. 그리곤 귀가하자마자 끓여서 먹어봤는데 ... 하지만 대저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의 점유면적을 차지한다고 했던가.
‘꼬꼬면’은 맛보다는 솔직히, 그리고 한 마디로 개그맨 이경규의 이름 덕분에 저절로 뜬 상품이었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다음으로 먹어본 건 ‘나가사끼 짬뽕’이다. 이 또한 슈퍼 등지에선 보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어제 집에 온 아들이 사가지고 왔기에 비로소 맛을 볼 수 있었다.
‘꼬꼬면’이 비교적 뚜렷한 컬러와 색채가 없는 반면 ‘나가사끼 짬뽕’은 오히려 매운 맛과 칼칼한 맛이 그럴듯하다는 느낌이었다. 끝으로 남은 건 이제 역사가 가장 오래인 ‘사리곰탕’이다. 사리곰탕은 오래전부터 먹어온 친근함과 구수함이 최대의 장점이다.
아울러 이 라면은 사실 이것만 달랑 먹어선 솔직히 부족하고 아쉽다는 한계가 엄존한다. 따라서 사리곰탕을 모두 건져먹고 난 뒤에 남은 국물엔 반드시(?) 밥을 말아먹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나저나 라면시장의 절대강자인 (주)농심은 요즘 안팎으로 어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아닌가도 싶다. 왜냐면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라면 블랙’이 하지만 예상 외의 매출 부진으로 말미암아 시장에서 조기 퇴출당한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리곰탕’은 사실상 얼추 독불장군으로 버티고 있던 ‘흰색라면’이란 어떤 중원(中原)의 시장(市場) 맹주였다. 그런데 앞으론 그런 자리까지도 이젠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이란 또 다른,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 예리한 창을 겨누며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