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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12시 00분

사연&축하

결혼 10주년을 축하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축하사연 올립니다.
오늘이(12일) 결혼 10주년일입니다.

1996년 대학 1학년때 동아리에서 만나 8년 연애와 10년 결혼생활...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을 아내와 함께하고 있네요.

둘다 첫사랑으로 만나 지금은 두딸의 엄마 아빠가 되었습니다.

원래 4월 5일 식목일날 결혼하려 했는데,

큰누나 하는말이 '우리 결혼기념일이니 그때 여행가야하니까 토요일인 12일날 해!"

거참.. 우리도 결혼기념일이 식목일이면 휴일이라 좋은데... 누나네 기념일이니 피해달라니....

하는수 없이 12일 토요일에 결혼을 하고 몇년 후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큰누나에게 기쁨으로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4월 12일이 저희 결혼기념일이 된것입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뒤돌아 보면 뜻깊게 보낸 날들이 별로 없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때가 있는데요~

2주년때는 여행다운 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념일 전부터 아내가 사랑니가 아프다고 했고, 너무 통증이 심했던터라
기념일날 낸 휴가때 여행을 포기하고 사랑니를 뽑겠다고 했죠...
아내만 뽑았으면 말을 안합니다... 기념일이라고 아무탈없는 저까지 같이 뽑았던
2주년 기념일이 생각납니다.

뒤돌아보면 그리 특별한 이벤트도 여행도 선물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10주년이 가까워 오면서 제가 아내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많이 컸고 (초등2학년, 5살) 10주년이니까~ 가족사진을 찍는 건 어떨까?

아내도 좋다고 했고, 액자로 해서 거실에 걸어 두면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4월 9일.... 사건이 터졌네요...

저는 20대때 한번쯤 해보자! 라고 다짐했던 몇몇가지 일들이 있는데, 그중에 용기가 없어 못지켰던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삭발!!

최근 강마애 머리를 하고 있었던 제가 돌연 삭발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잠든 새벽에 혼자 화장실에서 가위로 길렀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일회용 면도칼로
밀기 시작했고 1시간동안 끙끙~ 노력끝에 다 밀었습니다.

정말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는 말이 정말이네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밝아온 아침부터 지금까지 가족들과 부모님, 형제들 지인들.. 모두 난리입니다.
무슨일 있냐고....

전 그냥 20대때 못해봐서 이번에 그냥 한건데...
하고 나니 정말 안어울리더군요... 지금 무진장 후회하고 있습니다.

가족사진 얘기가 나왔습니다....
10주년 기념 가족사진... 물건너 갔습니다.

도저히 이 머리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고, 우리 집안은 기독교인데...
사진속에서 기독교가 아닌 타 종교의 기운이 흐를까봐 안되겠더군요...

이번 결혼 10주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난감합니다...

생각없이 저지른 삭발때문에 정말 아내의 얼굴을 볼 수가 없네요.

방송에서나마 저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네요.

18년동안 많이 아껴주고, 잔소리 안해주고, 아이들 잘 키워주고, 어디 도망가지 않고 잘 살아줘서 고마워~
앞으로 우리 틀니를 함께 맞추는 기념일에도 서로 위해주고 아끼며 잘 살자~

고마워 여보~

마지막으로 이말은 빠지면 섭하겠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