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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받을 선물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은하디제이님! 그리고 연출님! 작가님! 대전시민의 아침을 책임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뻑!
여름방학까지 줄기차게 달려오느라 방송 한동안 듣지 못했는데요. 오늘 부터 방학이라 느긋한 맘으로 모닝쇼 들어왔다가 미소짓게 만드는 작은 얘기가 있어서 내인생 최고의 선물에 글 올려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작은 시골학교는 경관이 아름다와서 아이들의 마음이 천사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도시와 똑같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또 무난히 해결되고 해서 둥글둥글 운영되고 있답니다.
열심히 가르치는 세계 최고의 선생님들 아홉분과 그에 걸맞는 귀여운 학생들 44명이 올망졸망 즐겁게 생활하고 있답니다. 저는 올해엔 2학년 담임인데요. 우리반엔 아주 특별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이일환, 키는 제법 커서 160인 저를 훌쩍 넘는 것이 아마 173은 될 듯 하고 거구라서 100킬로그램 가까이 나갑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인데 좋게 말하면 과묵하고 단적으로 표현하면 절대 아무와 말 잘 안 섞는 자기생각 분명한 남학생이랍니다. 할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아침엔 제가 태우고 가지만 저녁엔 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조용히 걸어가는데 아무리 타라고 해도 할머니가 걸으랬다며 절대 타지 않는 의지의 소유자입니다. 세상의 잣대로 말하는 학력은 저조한 편입니다. 그래서 담임인 저와 수학선생님이 가끔씩 기초지도를 해 주십니다. 초등학교 교과서 읽기라든가 받아쓰도하고 산수 문제도 풀고 말이죠. 1학기 동안 그 애와 친해지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야영가기 전까진 제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더군요. 말이요? 씹히기다 일쑤였지요. 수업시간에도 자를 가지고 선을 분명히 긋고 꾹꾹 눌러 제성격처럼 글을 쓰는 아이, 그 아이가 제게 마음을 연 것은 야영가기 전날이었습니다. 절대 먼저 내색하지 않던 그아이가 교무실에 들어와서 제 자리에서 서성대는 겁니다. 아무 말없이요. 그래서 교감선생님이 일환이 무슨일이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 제가 번쩍 일어나 무슨 일이 있느냐고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더니
" 이 옷, 큰 엄마가 사 줬어요. 맘에 들어요" 하면서 옷자랑을 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얼마만에 찾아온 기회인지 그래서 붙잡고 이러저러한 얘기를 물었지요. 야영에 가서도 줄곧 신경을 쓰면서 먹는 걸 꼼꼼히 챙기고 함께 있어서 활동하고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드디어 그 아이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엔 저만 보면 어찌나 벙싯벙싯 잘 웃는지 제 기분까지 다 환해질 정도랍니다. 얼마전 교복 바지가 작아져서인지 안쪽이 전부 뜯어졌다고 교무실에 내려왔길레 함께 집에 갔답니다. 쉬는 시간에요. 그런데 할머니는 안계시고 일환이가 열쇠있는 곳을 안다며 집으로 안내하고 제가 없는 솜씨로 바느질을 해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냉장고를 막 뒤져서는 고구마를 내 오면서 저한테 말을 합니다.
" 선생님! 고마워요! 지금은 이것 밖에 없네요. 호박고구마. 10년 후에 제가 어른이 되면 쌀 한 가마니랑 김치 잔뜩 갖고 올게요. 맛있게 밥 해 드세요." 합니다.
저 그 고구마 먹다가 얹힐뻔 했습니다. 감동해서요. 그 다음부터는 그림자처럼 저를 도와주고, 학급의 궂은 일도 다 맡아하는 꼼꼼한 본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예쁜 일환이. 공부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선생님 생각하는 마음과 친구들 위하는 마음의 빛남이 보석보다 더한데요?
방학중이라 일환이 얼굴은 못보지만 대학생 멘토링 선생님과 좋은 수업 받고 있을 겁니다. 우리 일환이 얼굴에 활짝 웃는 큰 웃음 자주보는게 선생님한테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받아보진 못했지만 10년 후 쌀 가마니에 싸여 행복해하는 제 모습니 벌써 짐작되어 즐겁기만 합니다.
일환이가 좋아하는 댄스곡 소녀시대 노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