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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저의 제2의 생일이 30주년이 되었습니다.
늘 아침에 함께하는 방송이지만 사연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네요 얼마전부터 은하씨가 방송에서 많이 얘기하신 30주년 기념이벤트를 듣고는 저와 관련있는 30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어요.
많지는 않지만 40해를 살아오면서 제 인생에서 뚜렷한 기억으로 남은 30이라는 숫자..그러던 중 갑자기 옛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요한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참여합니다.
어릴때 저희 엄마는 약국을 하셨어요. 9시정도면 손님들도 뜸해서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실 때가 되면 저와 외할머니가 집에서 약국으로 와서 지켰습니다. 밤늦게나 아침일찍 오는 손님들...드링크류나 간단한 소화제나 반창고와 같은 일회용품들, 그리고 담배등을 찾는 손님들이 있었기때문에 엄마는 집에가시면 저와 할머니가 약국에서 잠을 잤던 거예요. 아마 한푼이라도 더 벌으셔야 했던 그 당시의 사정이 있었겠지요.
저는 워낙 어릴때부터 할머니와 저녁이면 약국으로 가고 거기서 아침에 학교를 갔기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국 안쪽으로 작은 방이 하나 있었을 뿐 화장실도 수도시설도 없었던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그래도 할머니와 밤에 간식도 사먹고 약국 셔터문을 같이 내리고 아침이면 빗에 물을 발라서 곱게 머리를 빗겨주시던 할머니..재미있는 생각들만 많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겨울...사고가 발생했어요. 약국안쪽의 방에 연탄을 피우고 잠들었는데 가스가 새어나와 중독이 된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신 엄마가 저와 외할머니를 발견하시고는 급히 병원으로 옮겼고 저희는 꼬박 만 하루를 정신없다가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어요...사실 그때도 그게 그렇게 큰 사고인지 몰랐던 어린시절이었어요...그 사고 이후 저와 할머니는 똑같은 생일 하나를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제 나이가 10살이었구요..1983년 2월 25일이 그 두번째 생일날이고 올해로 30년이 되었네요.
그 이후에도 몇 년정도 약국으로의 출퇴근 생활은 계속되었고...이후에 제가 중학교에 갈무렵 한동안 약국을 그만 두시고 저희 3남매를 키우는 데 전념하셨어요. 외할머니도 계속 저희와 함께 사시다가 제가 대학생이 된 후에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답니다. 항상 이 날이면 저희 엄마께서는 성당에서 특별미사를 신청하시고 감사를 드리신답니다.
몇 년 전에 예전 약국자리를 지나갔는데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이번 30주년 기념으로 떠올리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네요. 다행히 이렇게 살아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대전 mbc창사 30주년 기념! 저의 제 2의 생일과 함께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