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즐2 편지쇼
요랑잡이 아버지
요랑잡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13년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도 기회가 없어서 한 이였어요.
사실 살아계신 분에게는 찾아뵙고 용서도 빌고 선물도 할수있지만, 이미 안계신 분에게는
마음을 털어 놀수있는 편지밖에 없어요.
이름대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최선옥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수의 한 벌 입으신 채 영영 못 오실 하늘나라로 이민가신지 오래 되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더해갑니다.
한 벌밖에 안 입고 가신 수의가 다 달아서 갈아입으실 때나 안 됐는지요?
제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 기억은 9식구 안 굶기고, 교육시키시려고 장사수단이 전혀 없는 분이 생선 장사를 하셨지요?
대전살때 짐 자전차에 고등어, 동태, 갈치를 싣고, 말주변도 없고 용기도 안 나서, 멀어도 만만 한 고향으로 팔러 다니셨지요?
아마 수 만 번 정도는 자전거 바퀴를 돌리며 온종일 가셨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 옵니다.
어느 날은 퉁퉁 부은 아버지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고, 까만 피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은 모습은 눈뜨고는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고향 길은 돌이 울퉁불퉁하여 그 무거운 생선을 싣고 털털거리며 가시다가, 비탈길에서 그만 넘어져 굴러서 생선은 흙 버무리가 되고, 다 뭉개져서 팔 수조차 없어서 그냥 나눠
드렸대요?
몸도 아프고 얼굴이 너무 흉해 조금 나은 뒤에 오셨다는 데도, 얼굴에는 까만 피딱지들이 덕지 덕지 붙어서 저의 가슴이 저렸어요.
시골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초등학교 다닐때 일입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넓은 냇가의 돌다리들이 다 떠내려가면 아버지는 모래 가마니로 다리를 놓아주시고도 마음이 안 놓여, 흑탕물 속에는 돌 굴러가는 소리만 나고, 수심이 깊어 위험한데도 수없이 업어서 무사히 건네주시고 가시던 그 따뜻한 아버지의 등이 너무도 그리워요.
겨울에는 늘 모래를 뿌려 주셔서 돌다리가 안 미끄럽게 해 주셨지요?
목수일로 톱질, 끌질, 망치질, 대패질을 손발이 다 달토록 하시고, 밤이면 곤하게 주무시는 아버지의 쌈지에서 동전 몇 개씩 가끔 훔쳤던 일이 너무너무 마음에 걸려요.
그때 아버지 주머니는 항상 동전만 달랑달랑 해서, 몇개만 없어져도 금방 아실텐데, 모른체 하셨지요?
아버지 용서를 빕니다, 오늘밤 꿈에라도 오셔서 괜찮다고 등 두드려 주세요.
지난 겨울엔 추우셨지요? 큰아들이 잔디 잘 살으라고 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 잔디가 죽어서
다시 많이 심었으니까 올 겨울은 안 추울꺼에요.
옛날에 마을에 초상나면 언제나 상여 앞에서 요량을 잡고 회심곡을 구성지게 하시며, 이제 가면 언제 오나....선창하시면 상여꾼들은 어허 어야 하며 머언 산비탈까지 갈 동안 막걸리 한잔만 드시면 그리도 구슬프게 상주와 조객들의 마음을 울리셨지요.
이젠 아버지 마저 가셨네요. 하루만이라도 살아서 저와 보낼수 있다면 하고픈 말이 너무많네요.
그렇게 좋아하시던 보신탕을 제가 사랑하는 개를 잡아서라도 맛있게 해서 실컷 잡수게 해드 리고 싶어요.
1초만이라도 아버지의 따뜻한 등에 엎혀보고도 싶고, 아니면 제가래도 업어 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60년 대에는 그 힘든 수동식 손국수 기계를 돌려 국수 가닥을 빼서 줄에 척척 걸쳐서 말려 자르면 마른국수가 되고, 굵게 빼면 우동이 되어 팔았지요?.
아버지와 마주보며 우동 빼서 노숙자들 많은 지하철 입구에서 무료 급식도 해보고 싶어요.
못된 짓이라도 해서 사랑의 매도 맞고 싶고, 욕이라도 듣고 싶네요.
그리고 끝 시간에는 아쉬운 작별하기 전에 8순 잔치상 멋지게 차려 올려서 아버지가 잡수신 후 남은 것은 천국 택배에 실어 보내고 싶어요.
***아버지! 저 천국 가는 날 꼭 1등으로 마중 나오세요***. 아버지! 사랑해요
유난히 말수가 적고 온유하셔서 매 한번 욕 한마디 안 하셨기에 비가 오면 더 생각이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심수봉씨의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도 듣고 싶습니다.
꼭 방송해 주셔서 녹음하여 추도식이나, 생각날 때마다 들으며 실컷 울고 싶네요.
010,7160-0679 최선옥 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