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즐2 편지쇼
사랑하는 아버지께(이명희)
사랑하는 아버지께~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 겨울이네요, 아버지! 평화로워 보이는 창밖 풍경 속에서 아름답다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봅니다.
가끔씩 쪽지 편지로 직접 말씀드리기 어려운 말이나 부탁을 드리긴 했었지만, 막상 편지를 쓰려니 아버지를 닮아 그런가 많이 쑥스럽네요.
아버지는 쑥스러움이 많아도 너무 많으시죠. 예전 일이 생각나네요. 아버지께서 먼저 쇼파에 앉아 계셨는데, 제가 옆에 앉으니까 아버지는 끝 쪽으로 자리를 옮기시더니 나중에 바닥으로 내려 앉으시더라구요. 한참 TV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아버지는 저희 공간이 아닌, 아버지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계셨지요.
어릴 땐 아버지께서 나무하러 가신다고 하면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대화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언제 부턴가 함께 마주앉아 대화하는 시간이 사라져 버린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요즘도 뭐라고 말씀은 없으시지만 아버지께서 가끔씩 가게에 들러 이모저모를 챙겨 주실때면 너무나 감사드려요. 사실은 결혼을 하고도 한동네 살면서 자주 얼굴을 보니까, 아버지께서 챙겨 주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못 드렸던 것 같아요. 몇일전 일을 봐주시고 돌아가시는데 전혀 늙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더라구요.
아버지 또 새해가 밝았네요. 많은 효도는 할 수 없지만 걱정끼치지 않는 자식으로 오래오래 아버지를 보면서 함께 살고싶어요.
올해부터 술 드시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을께요. 건강생각하셔서 조금만 드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세요. 아버지 정말 완전 사랑해요.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 명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