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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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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05분 로컬방송

[목]즐2 편지쇼

2013년 5월 30일 방송 (홍혜경편지)

아버지께

 

사랑하는 아버지께~ 라고 수십 번 쯤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어찌나 쑥스럽고 어렵기만 한지요. 난생처음 아버지께 편지를 쓰려니 가슴이 쿵쾅거리게 죄스러운 기억만 떠올라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누가 보고 있나 싶어 몇 차례나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버지, 못난 딸 혜경이예요.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평생을 못난 딸 걱정에 지금까지도 아픈 손가락이 되어 걱정을 끼치고 있는 것이 그저 죄송한 마음뿐 이예요.

아버지, 저는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집안에 맏이로 아버지께 늘 든든한 자식이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이쁘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던 처음마음처럼 잘 살아지지 못해 별거를 시작했을 때 제가 혹여 잘못되기라도 할까 염려되어 아버지께선 대전까지 내려오셨죠. 그때 마음 한 곳 기댈 곳이 없어 삶의 희망조차 내려놓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안계셨다면 아마도 지금에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주변에서 나이 많은 사람과 재혼한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6년을 함께 곁에서 제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와주셨죠. 고지식한 공무원이었던 제가 장사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아버지는 참 지혜롭고 현명하게 잘 운영하는 방법들을 알려 주셨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새삼 감동할 때가 많았어요. 그렇게 아버지와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돈도 벌고 삶의 지혜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과 다시 화해하고 살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애써 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힘든 시기 잘 극복하고 지금은 즐겁게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그렇게 노심초사 자식걱정에 주름 골이 깊어지도록 주고 또 주신 사랑에 너무나 감사드려요. 그런데도 못난 자식은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사랑합니다.’라는 그 한마디가 천근만근 무거워 목구멍 밖으로 끌어올리기가 힘들어 한 번도 못해드렸네요.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온 세상에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큰소리로 말해 보려구해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