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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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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05분 로컬방송

[목]즐2 편지쇼

아빠 죄송해요

아빠 죄송해요. 딸랑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아빠가 피아노 치시며 노래부르시던 동영상이 담긴
디카를 잃어버렸어요. 오던 길 되짚어가며 세 번이나 거리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도저히 찾을 길이 없네요.
오래된 디카고 비싼 것은 아니라 아까운 맘은 덜 하지만요.
아빠의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속이 상해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 세상에서 조항조 노래를 아빠처럼 맛있고 찰지게 부르는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전공은 아니지만 아빠처럼 화려한 애드립과 현란한 솜씨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거든요.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노래가 끝나고 일어서며 약간은 자부심 넘치는 '나 어때?'하는 듯한 그 포즈를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 뒤에 와하며 박수치던 우리 가족의 모습까지 다 담겨 있었는데.
괜찮아요. 아빠! 아빠 모습을 동영상으론 못뵈어도 우리 삼남매의 가슴 속에 또렷하게 남아계시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정말 괜찮아요. 동생들도 아빠가 되었고 조카도 넷이나 생겼거든요?
그런데 자라면서 배웠는지 자상한 모습의 아빠가 되었답니다.
늘 음악을 사랑하고 기타를 쳐 주시고 피아노 쳐 주시고 노래 불러주시던 그 모습은 흉내낼 수 없지만
모두들 깜냥껏 좋은 아빠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 죄송해요. 저는 아직 짝을 찾질 못했어요.
딱 아빠 수준 정도의 멋진 그 남자 하나 보내 주실래요? 한쪽 눈 딱 감고 결혼이란 거 한번 해보게요.
엄마도 잘 계세요. 매일 혈압약을 챙겨드시는 나이가 되셨지만 그래도 항상 웃으시고 활기 넘치십니다.
봄이면 쑥 캐러 가시고 동네 신협 소풍에도 열심히 따라 다니십니다.
이젠 딸기도 좋은 것 큰 것 맛난 것만 드시겠노라 어제 제 앞에서 선포도 하시고
본인을 사랑하고 주변을 밝히시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아빠! 보고싶어요. 아빠가 부르는 조항조의 거짓말을 한번 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요?
아빠의 생신의 들어있는 5월이네요.
늘 오월의 햇살처럼 따스했던 당신 사랑 영원히 기억하며 살게요. 아빠! 오늘도 안녕. 편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