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검색
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로컬방송

[목]즐2 편지쇼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며칠 전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아 저는 남편에게 계속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편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지만

남편은 시종일관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하라는 사과는 하지 않고, 뜬금없이 저희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더군요.

그것도 영상통화로요.

저희 아들이 올해 6살인데요,

그 녀석 재롱에, 그저 바라보기만 하셔도 미소를 띠실 만큼 손주 사랑이 지극하신 저희 부모님은

행여나 딸이 바쁜데 방해할까 봐 전화하고 싶으셔도 그냥 참으시고 사진만 보시곤 합니다.

그런 부모님께 영상전화를 드린다는 것은 평소라면 아주 칭찬받을 일이었겠죠.

그런데 남편이 하필, 제가 기분이 아주 다운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화를 드리니

고맙기는커녕 더 화가 나더라구요.

어쨌든 자기가 전화를 연결했으니 알아서 통화를 하겠지 하고 저는 제 할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전화기 화면에 손주와 사위만 보이니까 저희 엄마가 저를 찾으시는 겁니다.

“택훈아(저희 아들 이름이에요)~, 엄마는 어디 가셨니?” 하고 물으시니까

저희 아들이 저한테로 와서

“엄마, 할머니가 엄마 찾아.”

그럽니다.

저는 그냥 못 들은 체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또 다시

“엄마, 엄마 엄마가 엄마는 어디 갔냐고 하셨어.”

그러더라구요.

아시죠? ‘엄마의 엄마’는 바로 ‘외할머니’잖아요.ㅋㅋ

아들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저는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아들이

“엄마, 엄마 왜 할머니랑 통화 안 해?”

하며 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구요.

그 순간, 내가 지금 어린 아들 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더군요.

아이 앞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내 기분, 내 감정만 앞세워 정말 철없이 굴었다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받아 들고 조금 바빴다고 급히 둘러대고 통화를 마치는데

엄마께도 죄송하고 아이에게도 부끄러워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남편과의 문제는 남편과 잘 해결하면 되는 것인데,

괜히 다른 가족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잖아요.

저희 아이가 서로 말하지 않고 냉랭한 기운이 도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또 모처럼 영상통화를 하는데 딸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불러도 계속 대답도 없으니

저희 친정엄마는 또 얼마나 걱정을 하셨겠어요..

저는 이번 일로 또 한 번 반성을 하게 되었네요.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이런 일을 또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편과도 속마음을 툭 터 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서운했던 마음을 잘 정리했구요,

친정 엄마께도 다시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드려서 괜한 걱정하지 않도록 했답니다.

어쨌든 해피엔딩~ 저 잘했지요?^^;;



김광석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어제 이 글을 일반사연에 썼네요..
오늘 목요일 즐2편지쇼에 쓰려고 한 거였는데,
잘못해서 일반사연에 올렸어요.
그런데 아직 읽어보시지 않은 것으로 나오네요..
어쩌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