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연
“싫어! 아직은 죽고 싶지 않거든.”
얼마 전 지인을 만나 술을 한 잔 하게 되었다. 지인은 모처럼 복 요리를 먹자고 하였다. 그러자 순간 작년에 복어 요리를 먹고 의식불명에 빠졌다던 배우 현석 씨가 뇌리의 중심으로 들어서며 강렬한 거부의 손사래를 동원시켰다.
“싫어! 아직은 죽고 싶지 않거든.” 주지하듯 인기 탤런트인 현석 씨는 지난해 복어 요리를 먹고 위험에 빠졌다는 뉴스로 말미암아 전국의 복어 요리 집을 순식간 개점휴업의 썰렁한 한파에 빠뜨렸다.
다행히 며칠 뒤 완쾌돼 건강을 되찾은 현석 씨였다곤 하지만 이후로도 그분의 모습은 TV에서 당최 보기가 어려워 내심 걱정이 가풀막(몹시 가파르게 비탈진 곳)과도 같았다. 왜냐면 본명이 백석현인 현석 씨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전이 고향인 ‘선배님’이란 어떤 등식의 셈법이 작용한 때문이었다.
현석 씨는 그 ‘복어 사건’ 이후로 전국각지에서 복어를 먹었다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사람은 다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분의 말씀처럼 복어를 먹고 조금이라도 이상증세가 보일 경우엔 곧바로 병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최우선임은 자명한 불문가지라 하겠다.
겨울철에서 봄 사이가 산란기인 복어는 요즈음이 맛이 가장 뛰어나다고도 알려져 있다. 복요리는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며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두고 ‘죽음과도 맞바꿀만한 맛’이라고 감탄한 바 있을 정도다.
한데 복어의 요리는 참치와도 같아서 종류와 부위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게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다. 즉 우리네 같이 주머니가 썰렁한 서민들로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장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터란 얘기다.
4월 27일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 사는 김모 씨 등 2명이 복어요리를 나눠먹은 뒤 하반신과 입 주위에 마비 증세를 보여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여수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이웃집에서 조리한 복어를 함께 먹은 후 그같은 증세가 찾아와 대경실색하곤 현지 보건소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담당의사가 육지 병원으로 옮겨 줄 것을 요청했고 이의 수순에 따라 여수 해경이 경비함을 투입해, 릴레이 항해 끝에 이날 오후 10시께 환자들을 옮겨 병원에서 치료받게 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아름다운 장미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건 진심된 사랑이 아니면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라 했던가? 여하간 아무리 맛있는 복어일지라도 무서운(!) 독을 피해 먹는 슬기는 반드시 견지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