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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연

숙부님의 ‘처방전’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건 뭘까? 그건 총알도 아니고 미사일도 아닌 바로 세월이 아닐지! 흐르는 세월엔 정지신호가 없고 또한 아무리 과속으로 달린다고 해도 경찰관조차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게 흐르는 세월은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기본옵션을 또한 덕지덕지 붙이고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건강과 관련된 책을 보자니 ‘사람이 나이 오십을 넘겨 아침에 기상할 때 한 군데도 안 아픈 걸 원하는 건 욕심이 지나친 것이다’ 라고 일갈하고 있었다.

 

즉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적당히(?) 아픈 데도 있어야 한다... 뭐 이런 따위의 주장이었지 싶다. 평소 휴일엔 등산을 즐긴다. 이는 내가 건강해야 좋아하는 술도 더 길게 먹을 수 있다는, 어떤 자가당착(自家撞着)의 관념이 불러들인 습관이다.

 

아울러 등산으로 지킨 건강은 자칫 만취하여 실수하는 것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긍정의 힘까지를 지니고 있기에. 한데 언젠가의 등산 때는 하산을 하다가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허벅지까지 아파서 한동안 고생을 하였다.

 

그러다가 일전 할아버지의 제사가 있어 숙부님 댁이 있는 온양(아산시)에 가게 되었다. 시간이 되어 절을 올리는데 내 다리의 불편함을 발견하신 숙부님께서 물으셨다. “어디 다쳤니?” “아니요, 등산을 다소 무리하게 했더니 그만...”

 

숙부님께선 단번에 ‘처방전’을 내 주셨다. “제사 마치고 잘 때 뜨거운 온천수에 발을 푹 담그거라.” “.......!!” 숙부님의 말씀을 좇아 자기 전(숙부님 댁은 숙박업을 하신다)과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다시금 뜨거운 온천수에 발을 넉넉하게 담갔다.

 

그러자 그처럼 신통방통한 일이 또 있을까!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내 발걸음은 화풍난양의 꽃길을 낭창낭창하게 뛰노는 마치 ‘낭랑(朗朗) 십팔세’의 처녀와도 같은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했으니 내 어찌 이런 감탄사를 연발치 아니 할 수 있었겠는가!

 

“와~ 이거 정말이지 온양 온천수가 약물이네!” 주지하듯 약물(藥物)은 약의 재료가 되는 물질을 일컫는다. 또한 먹어서 몸에 약이 된다는 샘물이란 의미도 지니고 있다. 미혼이던 시절, 나는 숙부님이 경영하셨던 호텔에서 총지배인으로 수년 동안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때는 조석으로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호사의 목욕을 만날 했음은 물론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의 차창으로, 온양의 온천수는 예로부터 명성이 짜했기에 과거의 임금님들까지도 앞 다퉈 이곳을 찾았을 것이란 기분 좋은 느낌이 실루엣으로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