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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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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연

그때그시절(즐2 편지쇼)

to:
지난 주말에는 군 동기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제대한지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직업도 다르고 사는곳도 전국 각지인탓에 주로 천안 이나 대전에서
3개월마다 분기별 한번씩 만나고 있습니다.
또 공식적으로 그날은 유일하게 아내들에게 외박을 허락받은 날이기도 하구요.
만나면 무슨 할말들이 그리많은지 밤늦도록 소주잔 기울이며 수다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3년 군생활 30년해도 모자란다는말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군생활 곳은 북한땅이 바로 코앞인 판문점 근처. 전진부대 GOP근무.
김주홍씨도 잘아시겠지만 전방에는 각 소대별로 파견되어있고 취사장도 소대별이며 며칠에 한번씩 
보급차가와서 부식을 수령하곤합니다.
그래서 부식차량이 다녀가는 날이면 며칠간 부식이 풍족(?)하기에 소위 고참들은 초소 매복 CP근무 나갈때마다
소대장님 몰래 취사장에 들러 건빵 라면등 간식거리를 강탈해 가기도합니다.

그러니까 1976년봄 전방에는 진달래꽃이 흐드러져 온산을 붉게물들이던 어느날.
소대장님은 소대원을 불러모아놓고 " 모두들어라! 지금 고지전체를 뒤덮고있는 저꽃들. 그냥두기는
자연에대한 무관심이자 국가적 낭비다! 내일부터는 근무후 귀대시 각자 철모에 한가득씩 따올것" 
그후 이틀만에 따블빽으로 다섯부대쯤 모아졌고 갓 전입온 신병둘이 한나절걸려 꽃수술을 일일이 떼여내고
순수 꽃잎만으로 단지에담아 전방에서 금방 술을 구할수없기에 설탕만 한부대붓고 막사뒤쪽 한적한 곳에묻고
누군가 훗날 술을 구해오면 그때 넣기로 했구요.
그렇게 시간지나 운명의 8월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터져 전군이 비상사태돌입.
정신없이 지나는바람에 진달래꽃은 모두 까맣게 잊고지냈습니다.

그해가을 신병과함께 한밤에 순찰을 나가려다 문득 묻어둔 진달래꽃 생각이났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스레 덮어둔 흙을 걷어내고 뚜껑을 열어보니 꽃은 숨이죽어 반으로 줄어있었고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푹~들어가기에 살짝찍어 맛을보니 "오~마이갓!" 그 향긋하고 달콤함이란...
몇번 찍어맛을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손은 어느새 그것을 수통에 가득담고 있었습니다.
그뒤부터는 순찰나갈때마다 수통에 조금씩 담아가지고 초소에앉아 건빵과 함께먹던그 기막힌맛 
지금도 잊을수 없습니다.물론 공범 신병에게는 입단속을 철저하게 시켰구요.
얼마지나지않아 단지는 바닥났고 그제야 슬슬겁이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불쑥 소대장님이 기억을해서 꺼내오라할지 모르니까요.
며칠을 고민끝에 맹물을가져다 반쯤 채워넣고 살짝 덮어두었습니다.

그후 어느초겨울 눈이 펑펑 오는 어느날 소대장님이 "야! 궁금한데 우리그단지 좀 꺼내보자" 하기에 겁이덜컹나고 "이제 난 죽었구나"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조심스레 꺼내왔더니 소대장님은 수저로 조금맛을 보시더니
 "캬~이환상적인맛 죽인다!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후방CP 대대장님과 중대장께 조금드리고 남어지는 휴가때 여자친구집 인사갈때 가지고 가야겠다" 면서 고급러운 병에담아놓고 얼마나 애지중지 하던지...
저는 조금 미안하기도하고 한편 웃음이났지만 차마 말을 할수없었습니다.
그뒤 휴가다녀온 소대장님은 장인되실분께 고맙다고 칭찬받았다면서 선물로 인절미 한박스까지 받아왔습니다.
"소대장님 사실 그거 진짜원액은 제가 다먹고 맹물을 부어둔것이랍니다"
하지만 칭찬도 받으셨고 그후 결혼까지 골인 하셨으니 조금 위안은 되더라구요^^
지금은 60이 훨씬넘어 손주도 보셨을세월 저희들 지금도 만날때마다 그시절 소대장님 예기 많이합니다.
힘들었지만 소중한 추억이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시절이였으니까요.
박종수 소대장님! 무척 뵙고싶구요 연락한번주십시요! 만나면 경례한번 크게하겠습니다. 전~진!!

신청곡: 허성희/전우가남긴한마디.
hp:010-5407-1981.송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