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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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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05분 로컬방송

일반사연

나이 들어도 좋은 친구

오랫만에 글 올려요.
요사이 너무 더워서 기가 눌렸는데, 처서에 비가 오더니 그 더위가 놀랐는지 올라가던 기온이 주춤하고 있네요.
올해는 농사일이 즐거워요.
늘 우리 부부만이 같이 하던 일을 고등학교 친구 내외가 같이 하게 되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답니다.
처음 친구네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매실 딸 때가 과수원에서는 적과 하고 봉지를 씌우는 시기와 맞물려 일손이 부족할 때 였는데, 그 말을 듣고 친구가 도와 준다며 남편과 딸을 데리고 오게 된 이후지요.
처음에는 남편도 내 친구네와 지내는 것이 어색해 불편하게 생각을 하여 일손 돕는 것에 뜨아했지요.
그렇지만 아내인 내가 친구를 청하는 것이라 그냥 그렇게 보냈지요.
다음에는 감자를 캐는 일이 있으니 와달라고 했더니 친구는 흔쾌하게 또 왔지요.
이번에는 점심에 먹을거리까지 준비해서 소풍 삼아 온다며 와 주었지요.
친구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쉬어야 할 것 같았는데 시골일을 해 보고 싶다며  주말마다 와서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지요.
남편과 조금 다투어 마음이 상해 있다가도 친구가 왔다가면 기분이 확 좋아졌지요.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지요. 그저 친구가 와서 나를 봐 주고,함께 내 일을 거들어 주는 것이 게다가 맛있는 점심까지 싸 들고 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지요.
단발머리 소녀이후 처음으로 친구가 힘이 되었지요.
남편도 친구 남편과   차츰 정이 들었는지 주말을 기다리더군요.
우리 둘이 따려면 두 배는 힘이 들 고추도 거뜬히 따게 되고,  가을 배추도 네 명이서 심으니 순식간에 끝내는 즐거움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친구네가 모레 이사를 간다며 바빠서 이번 주말에는 오지를 못했지요.
주말마다 보던 친구가 안오니 남편도 친구네를 기다리게 되었지요.  그리고는 우리 부부만이 예전처럼  고추를 둘이서 따게 되었지요.
왜 이리도 심심한지,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고추 따기는 힘들기만 했답니다.
그리고는 기어히 오늘 아침 일찍,친구네는 일요일이라 피곤해서 자고 있을 시간에 찾아가 얼굴만이라도 보았지요.
웃으며 반기는 친구 얼굴이 반갑고 좋았지요.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친구는 여전히 어릴 때의 모습으로 마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