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검색
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로컬방송

일반사연

처서를 맞으며

오늘 드디어, 그리고 마침내 처서(處暑)를 맞았습니다. 지독스레 뜨겁고 잔인하기까지 했던, 아울러 숱한 부작용을 수반했던 올 여름 더위는 따라서 최소한 겨울이 오기 전까진 쉬 잊지 못할 듯 싶습니다.

 

더욱이 올 여름 최장 폭염의 한 원인으로서 원전비리까지 촉발되면서 국민적 분노와 반감은 이루 형용할 수조차 없었지요! 개인적 생각인데 이들 원전비리에 연루된 자들은 법정 최고형과 더불어 그들이 받았다는 뇌물액수의 100배 환수와 추징, 그리고 원전비리의 주모자 가족과 그 일가붙이 3대에 걸친 공직에의 입문 철저 봉쇄 등의 강공책이 두루 강구되었음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선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란 부끄러운 외신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볼 수밖엔 없는 것이니까 말이죠. 주지하듯 정부는 부족한 전기로의 절전운동을 흡사 과거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발상에서의 차원과 맥락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원래 착하고 순진한 우리 국민들은 기꺼이 수용하고 순응했고요. 이런 와중에 청와대의 고위당국자는 증세와 관련한 소위 거위털 뽑기발언까지 하여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집단적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가뜩이나 정부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강제로 절전까지 하느라 더워 죽을 판인데 마치 염장을 지르듯 국민에게 그 같이 그야말로 돌직구를 던졌으니 뉘라서 부아가 안 치솟았겠습니까! 미국은 탈세가 가장 중함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태 버티며 내 배 째라고 한 것 외에도 CJ 그룹 회장이란 자는 엄청난 탈세로 구속되었지만 예정된 스케줄대로수술 운운 따위로 다시금 교도소를 나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이 나라의 정말 웃기는 법 아니던가요!

 

이에 대한 세인들의 저럴 줄 알았어~!”라는 조소와 비난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막강한 국가라는 사실을 재 입증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빈부 양극화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 그야말로 심각 수준입니다.

 

저도 두 아이를 박봉으로 대학까지 가까스로 가르쳤지만 자녀 하나를 낳아 대학까지 가르치는 데 드는 돈이 3억 원 이상이라는 건 이제라도 심각히 고민하고 되짚어 봐야 할 일 아닌가요?

여론이 일파만파로 전개되자 급기야 박 대통령까지 나서 전면 재검토의 발언으로써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일단락이 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원전비리와 함께 증세 파동 역시도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도대체 왜일까요? 하여간 오늘 처서를 맞으니 참 반갑습니다. 때문에 <처서>를 주제로 한 2행시가 갑작스레 생성되는군요.

 

-- 절히 보내야만 했던 그 지겹던 여름도 / -- 서히 이젠 가네! 다시는 우연이라도 보고 싶지 않은이라고 말입니다. 처서를 불러들인 어제와 오늘 아침의 푸짐하고 촉촉한 배려의 비 덕분일 겁니다.

 

마당의 감나무가 그동안엔 새 파랗던 풋감이 어느새 세 개나 불그스름한 홍시로 변해 있는 것은 말이죠. 처서는 가을의 방증입니다. 짜증나고 지독한 폭염을 보내고 선선하며 기분까지 좋은 느낌의 가을을 맞듯 우리 사회가 고루 청정하고 평안하였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