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을 장기간 비워두고 방치하면
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빈집세' 신설 요구가 화제입니다.
농어촌에서 급증하는 빈집을 관리하기에는
현재 지원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여군이 정부에 건의한 건데요.
영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빈집세가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내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윤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집 외벽 곳곳이 무너지고 갈라지고
녹슨 철제 대문은 아예 내려앉았습니다.
장기간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해
담장 너머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동네 마을회관 바로 옆이다 보니
밤낮으로 오가는 주민들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원재/부여군 규암면 함양리 이장
"깜깜하잖아요, 저녁에 그런데 좀 으슥하고 문 같은 것도 다 떨어지고 또 불도 안 들어오고 그러니까 좀 무서워하지. 여자분들은.."
60가구인 이 마을에만 방치된 빈집이 10여 채,
5가구당 한 가구가 이런 상태입니다.
도시로 떠나거나 주로 고령인 주인이
사망하면서 빈 집이 된 겁니다.
"이처럼 방치된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철거하는 것보다 오히려 방치하는 게
비용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 주택이나 건축물.
자치단체가 5년마다 실태를 조사해
철거나 수리 등 정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예산 조달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부여군도 300만 원씩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철거 비용이 훨씬 비싸다는 이유로,
또 안 해도 불이익이 없어 놔두기 일쑤입니다.
강제 철거는 소송에 휘말리다 보니
자치단체도 소극적입니다.
빈집을 방치하면 지방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빈집세'를 신설해 빈집을 줄이고,
빈집 정비를 위한 재원으로 쓰자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영국은 2년 이상 방치하면
기간에 따라 최대 300% 지방세를 추가 과세하고
캐나다도 빈집세에 더해 투기 빈집세를
따로 부과하고 있고, 일본 교토시도
최근 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
박정현/부여군수
"철거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또 빈집 소유주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정책에 참여하고 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최근 조사에서 나타난 빈집은
부여군과 홍성군에만 각각 500여 채,
충남 전체로는 4천500여 채에 달합니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갈수록 늘어가는 빈집이
흉물로 자리 잡는 걸 막기 위한 대책으로
우리도 빈집에 세금을 걷게 될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여상훈, 그래픽: 조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