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년 전, 공주 공산성에서 발견된
옻칠 가죽갑옷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요.
이 갑옷이 백제에서 제작됐다는
여러 추가 증거가 나왔습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공주 공산성 일대에서 출토된
옻칠 갑옷.
백제 의자왕 시절인 645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갑옷이 백제에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당나라 갑옷이 건너온 것인지를 두고
학계에서 8년 동안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공주대 박물관은 새롭게 판독한
옻칠 갑옷의 명문 60여 자가
백제에서 제작했다는 증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왕무감 대구전' 등 백제시대의 고유명칭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양종국 / 공주대학교 사학과 교수]
"백제의 갑옷이라든지 무기와 관련된 것을 관리하는 백제만의 명칭. 그것도 공주에서 왕무감이 자리잡고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그런 명칭으로.."
또, 처음 출토될 당시 무기와 갑옷, 지푸라기가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고,
마모된 흔적이 없는 건 전투용이 아닌
의식을 목적으로 백제가 매장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갑옷에 적힌 명문인
사호군, 참군사, 작배융부 등이
당나라 도독부의 계급관제라는 점에서
당나라가 제작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태희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참군사, 사조참군사, 그리고 사마, 장사로
이어지는 라인이 있어요. 이건 모두 당(나라)의 도독부 관제에요. 혹은 당의 친왕부 관제에요."
일각에서는 소모적인 국적 논쟁보다
갑옷의 역사적 맥락을 해석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현숙 / 공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백제 멸망기에 공산성에서 이뤄진 역사적 사건, 이것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 이 갑옷이지
이것이 당나라 것이냐 백제 것이냐 이것으로만
논쟁을 하기에는 갑옷의 가치가 너무 크다는 거죠."
백제의 옛 수도에서 천 4백년 동안 잠들어있던
옻칠 갑옷이 담고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풀어내는 것이 후대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