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한국인으로서 삶을 꿈꾸던 베트남 여성이
자신도 몰랐던 '기소유예 처분' 때문에
귀화가 불발됐습니다.
대전경찰에 불법행위가 적발된
다른 여성이 신분증을 도용한 건데,
수사당국은 무너진 코리안 드림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광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가족을 따라 11년 전 한국에 온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 브 모 씨,
한국인의 삶을 살기 위해
지난 2022년에 귀화 신청을 했습니다.
2년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귀화 불허 통지였습니다.
불허 사유는 범죄 경력과
법 준수 의식 미흡 등이었습니다.
평소 법을 어긴 적 없던
브 씨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브 씨 / 베트남인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험도 다
합격했는데 왜 떨어지지. 확인했더니
법적 위반한 것 있다고. 저한테 연락도
한 통도 없었고, 집에 온 우편도 없었는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 받은
기소유예 처분이 원인이었습니다.
브 씨가 알고 지냈던 다문화 가정 출신 여성이 1년 전 노래방에서 불법 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자, 몰래 갖고 있던
브 씨의 신분증 사진을 보여준 겁니다.
담당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신분증 사진과 얼굴이 다른 데도
성형수술을 했다고 둘러대자 그냥 넘어갔고,
지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김상원 / 변호사
"지문이 불량하니 다시 채취를 해서 확인을
하라고 명령이 내려왔음에도 당시 담당
수사관은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브 씨의 진정을 받은 경찰은 뒤늦게
진범을 붙잡았지만 브 씨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 도움으로 기소유예는 취소했지만,
귀화 불허 처분은 바로 잡을 수 없었습니다.
브 씨 / 베트남인
"못 받는 지원이 되게 많고, '외국인은
안 된다' 그런 상황이 많이 발생했었거든요.
(귀화) 신청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또 2년이든 3년이든 기간을 모르잖아요."
브 씨는 올해 초 귀화를 다시 신청하며
국가를 상대로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브 씨 / 베트남인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인해 귀화가 불허됐고
어느 누구로부터 사과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7월 "대한민국은
피해를 본 브 씨에게 3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책임도 묻지 못한 채
또 다시 깨져버린 코리안 드림,
그저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브 씨 / 베트남인
"너무 억울하고 무섭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든 저처럼 하지도 않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MBC뉴스 김광연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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