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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12시 00분

사연&축하

아버지의 그늘

며칠 전 저녁.

술이 얼근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퇴근을 하십니다.

풍겨오는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함을 직감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1차로 명단이 나왔는데, 다행히 아버지 성함은 없었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서 근무하시는 계약직입니다.

올해 63세.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게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계시죠.

아버지께서는 기술을 갖고 있어서 정년을 넘긴 나이에도 계약직이지만 일을 하시는 건데, 본인에게는

주변 동료들이 나가는 것이 충격이었겠죠.

어쩌면 집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회사.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장들에게 회사란 어떤 존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를 다닌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사실 요즘 아주 슬럼프가 심한 상태입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너무 많이 들고 그만두고 싶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4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빠는 한번도 그만두겠다고 하신 적이 없네요.

더욱이 힘들다는 내색조차도 않으셨었고요.

어린 마음에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아빠를 보며, 아빠는 회사에 가는 게 당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장을 다니는 지금 이제 그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얼마나 쉬고 싶고, 또 놀고 싶었을까요?

아빠도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준다고 불만도 많았었는데,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아빠의 그늘에서 안전하게 살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아버지의 그늘이 되어드려야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내세요~^^

신청곡 : 싸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