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축하

아빠, 신세대 노래도 불러봐

결혼생활 30주년을 앞둔 오십대 가장입니다.
어려서 아버님의 영향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는 언제나 이미자 노래아니면 안됐습니다.
80년대 대학다니던 친구들이 한참 팝송에 심취해 있을 때도 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나 섬마을 선생님을 들어야 했기에 평생 이미자 노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 생활하면서 모임에 나가도 제 십팔번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입니다.
딸들이 어려서는 저의 노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더니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시절부터는 노골적으로 "아빠, 제발 한 곡이라도 신세대 노래로 불러봐!"라며 저를 기피했습니다.
딸들의 원망소리가 이해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정말 저에겐 어떤 대중가요도 귀에 들어오니 않았답니다.

그러던 중, 딸들이 다니던 중학교 축제에서 학부모 대표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저보다 딸들이 더 걱정했습니다.
"아빠, 진짜 이번엔 '동백 아가씨' 부르면 안 돼!"
"우리 학교 안 가!"

정말 이때 제 심정은 이루 형언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밤새 아내와 상의한 끝에 당시 유행하던 거북이의 '빙고'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음정 박자 맞추느라 열 흘간 고생했지만 수 천 명 앞에서 흥겹게 '빙고'를 부르던 그 때가 새롭게 다가오는 즐거운 오후입니다.

딸들과도 더욱 친밀해질 수 있도록 도와 준 거북이의 빙고를 신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