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남편에 쉰 한번째 생일에 부치는 편지
안녕하세요? 아침마다 두시간여 구봉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쓱쓱싹싹 집안 청소하며 늘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첫째로 하고 싶은말 : 어제 마지막 부분에 방송 하신 사연 중에 '사랑을 해도 외로워요~'란 말씀에 한마디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요. '
"사랑을 해서 더 외로운 거라고"....사랑을 하면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맘을 알아주길 바라고, 또 크건 작건 무언가 늘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내맘이 더 예민해지고, 늘 설레이고~그래서 더 외로운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크크~ 예전에 전 그랬어요.
둘째로 하고 싶은 말 : 저희 남편 내일(12월 16일)이 생일 입니다.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오랫만에 편지를 써봅니다.
결혼하고 스물 네번째 맞는 당신에 생일.
정말 고맙고 미안하단 말 하고 싶지만 무뚝뚝한 내 성격에 말로는 못하겠고.....
당신과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첫번째 생일이 기억나네요.
대전 극장통 시끌벅적한 주점에서 쵸코파이 케익에 촛불을 끄고, '겨울아이'를 들었었지요.
그땐 DJ에게 신청하면 들려주었어요.
근데 누가 불렀더라? 오래전 이라서~남자가수 였는데?
그리고 밖에 나오니 함박눈이 어찌나 소담스럽게 내리던지,
보문산엘 갔었지요.
그날 보문산은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눈이 쌓여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었어요.
한밤중에 동네 꼬마들 많이 나와 눈싸움도 하고. 비닐 썰매도 씽씽 타고.....
집에 갈땐 버스가 끊겨 도마동 까지 걸어갔었잖아, 밤새도록.....
그리곤 며칠동안 감기에 걸려 고생 했었지요.
결혼하고 24년, 아이들 좀 자라 이제 좀 여유롭나 했더니 몸이 아파 당신에게 걱정만 끼치네.
9년, 아니 이제 10년째네요.
처음 막내 네살때 유방암 수술을 하고 다시 몇년씩 간격을 두고 재발되어 네번째 수술을 하고, 항암수술도 마치고 올 12월로 꼭 2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우리집은 웃는 날보다는 어두운 날들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어린 아이답지 않게 일찍 철이들어 갔나봐요.
나는 밤새도록 기침을 심하게 해서 잠도 못자는데 옆에서 짜증냈다고, 또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운데 당신은 밖에 운동하러 나가서 저녁때가 넘어서야 들어왔다고, 가끔씩 당신에게 되집어 말하여 당신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곤 했지요.
그러면 '당신은 내가 잘 못한 것만 기억하냐? 내가 병원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랬었지요.
정말 그랬어요. 왜 서운했던 것만 떠오르는지.....
당신이 나 때문에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왜 가끔씩 당신 가슴을 긁어대는지 모르겠어요.
누구보다 성실하고, 나하고 아이들 밖에 모르는 당신인데......
사실은 나혼자 생각하면 정말 정말 고맙고 미안한데.....
내 맘은 그렇지 않은데, 입에선 좋은 말보단 섭섭했던 일들만 튀어나오네요.
이젠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열심히 산에도 오르잖아요.
우리집도 늘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새해부턴~
그래도 내맘을 좀 알아주었으면 해서 잛은 편지나마 몇자 적어봅니다.
ps : 좀 두서없고 길지요? 다시 얘기 하려니 좀 맘이 그러네요.
사연 방송 해주실 거면 간추려서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15일 수요일 '미안, 고맙' 꼭지나, 16일 생일 축하든 상관 없습니다.
또 혹시라도 선물울 주실 수 있다면 꽃바구니 보내고 싶네요.
생전 꽃바구니 못받아 봤을 남편, 작고 귀여운 눈 '심청이 아버지'처럼 번쩍 뜨이게요.
좀 오래전 노래지만, 어제 눈도 오고 '겨울아이' 듣고 싶네요.
이현주드림. 010-7605-0762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2동 관저리슈빌A 104동10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