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검색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정오의 희망곡 이윤주입니다

12시 00분

사연&축하

딸 무서워 술도 못 먹겠네


그제 사이버 대학의 졸업식이 있어 상경했다. 3년간 주경야독으로 공부한 결실의 맺음이었기에 졸업식 참석에의 서울행은 당연히 여행 기분과 아울러 감개까지 무량하고 고무적인 날이었음은 물론이다. 졸업장에 이어 모범상(장)까지 받고 보니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는 느낌에 기분은 더욱 낭창낭창했다.

 

하여 이어진 뒤풀이는 무려 이튿날 새벽 3시를 넘기는 장시간 음주의 마당까지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대학본부로 이동하여 잠시 눈을 붙이고 KTX로 집에 내려온 어제는 또 사무실에서 송년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어제도 술에 떡이 되었는데 아무튼 술자리를 파한 뒤 지하철에 오르니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낼모레 집에 갈 건데 아빠 대학 졸업 축하 선물로 뭘 사 가지고 갈까요?” 순간 고마우면서도 학생이 뭔 돈이 있겠나 싶어 단박에 지청구를 했다. “이놈아, 아빠는 네가 빈손으로 오는 것만으로도 그게 바로 선물이야!” 근데 교활(?)한 딸은 전화음성만으로도 내가 이미 만취상태임을 간파했다.

 

“아빠, 또 술 많이 드셨지요?” “오냐~” “오늘 새벽까지 드셨다면서 또 술을 그렇게나 드시면 건강에 안 좋아요!!” “아이구, 우리 딸 무서워 술도 맘대로 못 먹겠네?” 그러나 나는 이 아빠를 위해주는 사랑스런 딸로 말미암아 적이 유쾌했다. 천생 술꾼인 나지만 오는 신년 초에는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라 새로운 한 해의 기운을 흠뻑 빨아들이는 대신 술만큼은 피할 요량이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혼나지 않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