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축하
개나리와 이상재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국민에게 어둠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 월남 이상재 선생.
그는 풍자와 해학이라는 평화의 무기로 포악한 일본 순사들의 횡포를 물리치곤 했다.
  
월남 이상재는 종종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일본 형사들이 몰려와 연설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어느 날 월남 이상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이 추운 날에 또 개나리가 만발했군.”
그의 엉뚱한 말에 사람들은 창밖을 바라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일본 형사를 “개”라고 하면서도 면전에서는 시치미를 뚝 따고 “나리”라고 부르던 것을 꼬집는 우스갯말이었다.
  
3.1운동 직후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 미국에서 “스타” 라는 이름의 박사가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일본인 정치가를 만났다. 일본인이 말했다. “한국인은 야만인입니다. 우리는 야만인을 개화시키기 위해 앞으로 문화 정치를 펼치려 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상을 줘야 하지 않습니까?”
  
며칠 뒤 스타박사는 민족 계몽 운동에 앞장선 월남 이상재의 집을 찾아갔는데 월남 이상재 선생이 말했다. “이 사람아, 대낮에 어떻게 별(star)이 오나, 밤에나 찾아오시게.”
  
스타 박사는 감탄하며 생각했다. 이런 유머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야만인일 수 있나 그는 월남 이상재를 만난 뒤 일본인의 말과 달리 한국인은 문화인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즉 그의 유머 한 마디가 우리 민족을 ‘문화인’으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개나리의 모습과 다시금 독도가 지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인들을 보자니 문득 이상재 선생의 촌철살인 유머가 떠오르며, 하지만 오늘날엔 그런 인물이 없음에 탄식의 아쉬움이 교차로 출렁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