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하의 FM모닝쇼

이은하의 FM모닝쇼

월 화 수 목 금
07시 00분

이벤트게시판

[덕분에] 친구가 생겼다.

대전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친정집인 천안 아래 지역에 사는 건 내 계획에 없었다.

결혼 후 대전에 정을 붙이지 못해 7개월 동안 운전하면서 장거리 출퇴근을 이어갔다.

임신을 한 후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니 더욱 외로웠다. 남편의 사랑과는 다른 외로움이었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편하게 나가는 남편이 부러웠다. 내 친구들은 대전에 없었기에 친구를 한 번 만나려면 주말에 긴 길을 떠나야 했다.

나의 외로움을 알고는 남편이 라디오를 추천했다. DJ가 오랫동안 이어와서 대전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라디오라고 했다.

비웃었다. 그런 건 아줌마나 듣는 거라고 생각했다. 20대에 아줌마가 된 나는 아줌마이길 거부했다.

평일에 남편이 쉬는 날 아침에 라디오를 틀어주어 우연히 듣게 됐다. 신기하게도 편안했다. 그 다음날부터는 아침이면 라디오를 틀었다.

집에서 혼자 '피식' 하고 웃거나 공감도 하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연의 당사자를 응원하기도 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날도 있었다.

점차 마음 둘 곳을 찾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심지어 DJ 얼굴도 모른다. 그런데 친구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문자를 보내봤다. 엄청난 용기였다. 또 문자를 보냈다. 당첨이 되어 상품도 받았다. 어느 순간 나도 대전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꼈다.

다른 주파수로도 돌려본 적이 있으나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우리집 라디오는 97.5mHz 고정이다.

이제는 상품이 걸려 있지 않아도 문자를 보낸다. 그냥 은하언니와 대화하고 싶고 내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 듣고 있을 거라고 하니 편하게 말하게 되었다.

나의 단순한 물음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은하언니가 고마웠다. 또 즐거웠다.

아기 기상과 동시에 라디오를 튼다. 우리 아기도 나중에 다른 사연들의 아기들처럼 '모닝쇼키즈'가 되어서 나한테 문자 보내 달라고 졸랐으면 좋겠다.

아기가 알아 들을 때가 되면 소개해야지. '엄마가 대전에 와서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준 라디오야.' 라고.

 

 

 

이름: 이혜린

연럭처: 010-3324-8990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