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즐2 편지쇼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께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오늘은 무슨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일하다가 들려오는 라디오에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면 그 마음을 전해준다는 소리에 용기를 내어 이렇게 아버지께 편지를 씁니다.
가슴에 사무치게 그리워도 입 밖으로 소리 내에 부를 수도 없었던 그 이름, 아버지! 죄 많은 못난 딸 정옥이예요.
다섯남매중 맞이인 저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항상 ‘우리딸 사랑한다’ 말씀하시면서 웃어주시던 아버지! 눈빛만 봐도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아챌 만큼 아버지와 저는 마음이 참 잘 통하는 친구 같았죠.
결혼을 하고 분가해 살 때도 가끔씩 오시면 ‘우리 딸 잘 살아야 한다’라고 하시며 넉넉한 미소로 격려해 주시곤 하셨던 아버지. 제가 어릴 때 이다음에 크면 아버지 같은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말씀 드렸던 거 기억나세요? 그런데 살아보니 그런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믿음 때문에 힘들어도 힘들다 말씀드리지 못하고 순탄치 못했던 결혼생활을 꾹꾹 눌러 참으며 20년을 살았습니다. 결국 아버지 몰래 이혼하고 방황하느라 가족들과도 인연을 끊고 숨어버렸지요. 뒤 늦게 그 사실을 아신 아버지께서 충격을 받고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한참이 지나서야 들었습니다.
그렇게 믿고 사랑해 주셨는데 저 때문에 아버지께서 너무 일찍 돌아가시고 못난 딸 방황하느라, 너무 늦게 돌아와 아버지 가시는 길도 배웅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너무 오래 기다리셨지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늘에서도 못난 딸 걱정에 편할 날 없으셨지요? 자라면서 실수하는 일이 있어도 혼내기보다 ‘우리 정옥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주셨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해 힘든 일 겪으면서도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습니다. 너무 늦은 고백인줄 알면서도 하늘에서 꼭 들으실 거라 믿어요. 아버지 딸로 태어나서 제가 행복했던 것처럼 아버지께도 자랑이 될 만한 좋은 딸이 되도록 더 열심히 잘 살께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걱정 안 하실 만큼 잘 살고 있으니 이제 마음 놓으시고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