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즐2 편지쇼
나의 아부지~
소싯적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새벽 3시 쯤이면 아버지는 일어나셔서 굼불을 지피고 소 여물을 주십니다.
저는 부모님한테 들킬세라 숨죽여 이불속에서 울곤 했습니다.
그 시절엔 눈도 엄청 내렸지여.
아버지는 소를 몰고 3시간 정도 걸어서 논산의 새벽 우 시장을 가십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소리가 귀신 소리 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그 엄동설한에
긴 시간을 걸어 강경에 나룻배을 타고, 또 걷고 걸어....
돌아가실 것만 같은 생각에 불안 불안 해서 엄마 맘 아플까봐 들킬세라 울기도 많이 했답니다.
아버지는 데리고 간 소를 팔고 또 작은 소를 사와 내 다 파시길 반복 할 때 마다
저는 많이도 다짐 했답니다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 꼭~옥 호강 시켜 드린다구여~
아버지 세대엔 고생 하신 분 들이 다반사지만
특히 아버지는 부모님이 어렸을때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의집으로 온갖 허드렛일 부터 안 해본 일 없이 갖은 고생을 하셨답니다.
배움은 엄감생신 학교 근처도 간 본 적이 없으신데, 아버지는 늘 말씀 하셨습니다.사람은 늘 밝고 쾌활 해야 된다구여~그래선지 몰라도 전 늘 밝은 마인드로 생활하려 노력 하지여
~
엄마 말씀에 아버지랑 처음 대면 할 때 아버지 병색이 짙어보여 환자인줄 알았다더군여.
하지만 두 분은 서로 인지상정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사셨지여~
재 작년에 엄마가 돌아 가실때 저는 아버지의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봤습니다.
독백 하듯이 그러시더군여,
"나 만나 고생도 많이 하고 배도 많이 곯았다구여"
동네 어르신들이 이따금씩 말씀 하십니다.
조선 팔도에 아버지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없을 거라구여~
그렇게 열심히 사신덕에
우리 삼남매 아주 잘 키워 주셔서 지금은 아버지가 효도를 받고 있네여
매일 3번씩 전화하고 매주 셋이서 번갈아 가며 거르지 않고 아버지를 찿아 봽지여~
한 달 전부터 요양 보호사님이 이틀에 한 번 씩 오셔서 돌 봄 써비스를 하지만
그래도 쇄약해진 아버지를 봽고 돌아오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답니다.
전 주에는 요양 보호사 일지를 보니 아버지가 자식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적어 놨더군여~
왠지 맘이 뭉클 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니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버지를 향한 애뜻하고 아린 마음을 피력할수 있는 기회를 주신 방송국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아버지 정말 정말 사랑 합니다"
큰 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