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연
그곳에 가고 싶다

화풍난양의 참 좋은 계절이다. 하여 이런 날 두문불출 책이나 읽어선 곤란한 즈음이다. 왜냐면 이 봄은 그야말로 ‘행복꽃’까지 만발한 까닭이다.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어울려 식장산을 올랐다. 한 시간 여의 등산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니 마침맞게 정오도 막 지나서 시장기가 솔솔했다.
친구는 미리 예약했다며 동신고등학교 담을 타고 도는 대청호 길로 접어들었다. 최근에 쏟아진 무지막지한 봄비로 말미암아 꽃들이 많이 시들긴 하였으되 그럭저럭 봐 줄만한 꽃들도 제법 되어 그리 무료하진 않았다. 이윽고 도착한 대전시 동구 주산동 소재 <샘골농장>은 주인장의 성품이 묻어나듯 각종의 꽃들로 한창 도배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의 품목은 닭 백숙과 쏘가리 매운탕. 백숙(白熟)은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양념을 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아 익히는 음식이다. 날씨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즈음에 비쳐 봐도 닭 백숙은 몸보신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먹어줘야’ 옳은 음식군 중 하나이다.
쏘가리는 꺽짓과의 물고기인데 맑고 고운 수질을 자랑하는 대청호에서 난 어떤 ‘특산품’인지라 그 감칠 맛 나는 맛 또한 별미였다. 더욱이 정갈한 반찬, 그리고 그 수도 많은 풍성함은 마치 맛의 고장이라 자랑하는 전북 전주에 도착한 듯한 착각까지를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술은 막걸리와 소주를 시켰는데 동석한 경찰관 친구가 요즘엔 벌건 대낮에도 무시로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며 겁을 주었다. 그 바람에 가슴이 쪼그라든 친구들은 나처럼 차가 없는 친구만 빼곤 일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덕분에 어제 나는 마치 내 생일인 양 거침없는 속도로 앉은 자리서 소주를 두 병 금세 해 치우는 만용까지를 여지없이 보일 수 있었다.
식당을 온통 포위한 각종의 봄꽃과 나무들은 가족 혹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애인과 같이 오면 더 좋았을 걸 ... 이란 아쉬움까지를 생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울러 맑고 곱게 찰랑이는 주변의 대청호 호반 길은 한여름에 와 돗자리를 펴고 오수를 즐기든가 아님 심심풀이로써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쳐도 딱~ 이겠다 싶었다.
요즘의 식당들은 가히, 그리고 소위 ‘맛의 전쟁’이라 해도 무방할 만치로 그렇게 자신의 식당만이 맛의 ‘원조’이며 ‘지존’ 내지는 적자(嫡子)라고까지 자처한다. 그러나 고객, 즉 손님처럼 적확한 맛의 평가단은 없는 법이다. 이를테면 식당도 실은 맹주(盟主)가 있다는 얘기다.
친절한 서비스에 더하여 손님상에 내놓는 대부분의 반찬들을 손수 가꾼 것으로 장만한다는 주인장의 정성까지 보태진 <샘골농장>은 이런 측면에서 진정 맛의 맹주이자 고수(高手)로까지 보였다. 어젠 그래서 모처럼 입과 눈까지 호사(豪奢)를 누린 날이었다.
▶ 찾아가는 길 = 대전역을 기준으로 충북 옥천 쪽으로 가자면
대전시 동구 판암동을 지나게 된다.
좌측에 보이는 동신고교를 막 지나 좌회전을 하면
그 길이 바로 대청호로 접어드는 길이다.
약 10분을 더 달리면 우측으로 팻말이 보이는데
들어서는 길이 또한 장관이자 압권이다.
* 하는 음식 = 매운탕.민물장어.토종닭(백숙, 볶음).붕어탕.장어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