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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연

여름엔 이열치열!


 

6년 전 가을에 중국여행의 기회가 있었다. 항주와 소주, 상하이를 경유하여 수도인 북경에 들어갔다. 4박 5일간의 이 기간 중 그러나 나는 기름기가 흥건한 중국음식이 영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베이징 덕’이란 북경의 명물 오리전문점 역시 나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북경에서의 북한음식 전문점을 만난 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당시 우리 일행들이 편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서빙을 하고 명함을 준 북한의 처자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는데 당시 그 음식점의 간판은 <북경 평양 해당화 본점>이었고 처자의 이름은 한*희였다.

 

거기서 모처럼 푸짐한 한식에 불고기, 그리고 평양냉면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나니 비로소 사는 것 같아 적이 만족했다! 이튿날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귀국해야 했으므로 북경에서의 식사는 그게 유일하게 맛좋은 음식으로 기억한다.

 

그건 그렇고 사무실 근처에 <북경>이란 간판의 중국음식점이 있다. 거개의 중국집처럼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볶음밥과 잡채밥 등을 메뉴로 선보이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게 바로 ‘홍합 듬뿍 짬뽕’이다.

 

‘짬뽕’은 중화요리의 하나로서 국수에 각종의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뼈나 소뼈, 닭 뼈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든다. 국어사전에선 ‘초마면’으로 순화하라고 이르지만 막상 중국집에 가서 “초마면 주세요.”라고 한다면 과연 뉘라서 이를 쉬 알아듣겠는가?

 

하여간 여기에 들어가는 홍합(紅蛤)은 여름보다는 역시 겨울이 제 맛이고 또한 제격이다. 평소 홍합을 사다 삶아서 소주 안주로도 잘 먹는데 여름엔 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집의 홍합 짬뽕은 그 양도 양이거니와 손질을 잘 한 커다란 홍합이 시원한 맛을 배가시켜 줘 큰 만족이다.

 

하루가 다르게 수은주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거개의 사람들은 시원한 냉면 혹은 냉국수로, 또 누군가는 영양탕 등으로 여름을 이겨내고자 하기 일쑤다. 함에도 나는 여름에도 짬뽕을 즐긴다.

 

이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은 열로써 다스리는 게 나의 체질에도 딱 알맞은 까닭이다. 6년 전 가을에 나에게 중국여행의 기회를 부여한 건 모 공단 주최의 전국 백일장에서의 입상이었다. 당시엔 수필 부문으로 금상을 받아 그같은 호사를 누렸는데 오늘은 방금 전까지 단편소설의 초고(草稿)를 마쳤다.

 

같은 장르로선 자격이 이미 상실된 때문이다. 좌우간 정성껏 퇴고(推敲)를 잘 마쳐 올해는 금상 그 이상의 수상자가 되고 싶다. 아울러 그리 되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해외여행의 수혜까지 받아 중국이 되었든 또 다른 국가라도 해외여행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도착한 그 나라에서 내입에도 딱 맞는 시원한 짬뽕이 식탁에 오른다면 금상첨화일 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