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연
<편지쇼 응모> 맑은 물엔 잉크가 필요 없다
근무지가 바뀌어 그제 야근으로부터 일을 새로이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오늘은 주간 근무라서 아침 일찍 출근했지요. 오전 9시가 넘자 중간 상사(上司)가 오시어 그분보다 직급이 높은 총괄소장님께 인사를 가자고 하여 따라갔습니다.
“00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근무지 이동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네, 우리 잘 해 봅시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되자 이번엔 제 직속상관이신 분이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같이 점심을 먹고 내려와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얘기는 엿가락처럼 길어져 전에 있던 직장에서의 근무환경과 아울러 지금 직장에서의 변화까지가 화두의 중심으로 들어서기에 이르렀지요. 평소 거짓말을 못 하는 터입니다.
하여 솔직히 모두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1월1일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그러나 함께 일하게 된 업무 파트너가 어찌나 닦달을 하던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른바 ‘텃세’라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더군요! 그래서 중도에 그만 두려고 하니까 비로소 업무 파트너를 바꿔주더군요.”
그러자 마치 친형님처럼 살갑게 대해주시던 직속상관이 또 물으셨습니다. “얘기를 듣자니 아드님과 따님이 각각 대기업의 사원과 명문대 대학원의 학생이라는데 그러니 얼마나 좋으세요?” 이에 “과찬이십니다.”라며 겸양의 자세를 보이자 그분께선 이런 말씀까지를 첨언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많은 사람을 겪어봤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맑은 물처럼 성정이 깨끗한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실재(實在)하지요. 예를 들자면 맑은 물에 떨어진 한 방울 잉크와도 같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
물을 마시려고 맑은 물을 컵에 따랐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와서 거기에 까만 잉크 한 방울 내지 먹물을 역시도 떨구었다손 치면 과연 그 물을 마실 사람은 있을까요? 지독하게 춥던 날부터 난생처음 경비원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같이 일하게 된 이가 어찌나 힘들게 하던지 정말이지 돌아서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렇게 괴로웠지요! 그래서 ‘아더메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며 유치하기까지 해서) 라는 느낌에 그만두려고까지 했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당시의 상사는 저와 궁합이 잘 맞는 다른 직원과 업무를 공조(共助)토록 배려해 주셨고 그 덕분에 6월이 다 될 때까지 탈 없이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었죠.
여하튼 전직 결정이 나는 바람에 제가 술을 샀는데 그러나 제가 보기에 제 순수한 열정의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뿌렸던’ 이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불화와 반목이 없이 화목하기만 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