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연
충남도청이 주고 간 선물
나이가 오십이나 되어가지고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사실 모험이었다. 그것도 사이버대학의 특징인 주경야독을 한다는 것은. 하지만 특유의 끈기와 저돌성, 그리고 뭐든 한 번 시작하면 반드시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정이었기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만날 고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거실의 PC를 켜고 사이버 강의를 들으면서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있는 오프라인 강의에도 3년간 그야말로 지극정성으로 참석했다.
교수님이 출장을 오시어 치러지는 오프라인 강의를 마치면 우리 학생들은 1만 원씩을 더치페이(Dutch pay)하여 호프집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강의 시간에 나누지 못 한 학습과 기타의 세상사는 이야기까지를 더 보태 소주와 맥주에 타 마셨다.
교수님은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또한 학생 중에선 내가 가장 연장자(年長者)였다. 그렇지만 다 아는 상식처럼 공부하는 데 있어 나이는 고작 숫자에 불과했다. 나의 열정이 오죽했으면 한 번은 같이 공부하는 ‘학생’이 뒤풀이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했다.
“전 솔직히 홍 선생님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고 했습니다. 한데 3년 과정을 정말로 온건하게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나는 결국 지난 2010년 12월 29일 상경하여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덤으로 학업우수상까지 받았기에 너무 좋아서 가슴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당시 직장인이던 아들과 대학생인 딸까지 찾아와 이구동성으로 “우리 아빠 정말 멋져요~”라고 칭찬해 주어 그날은 정말이지 세상을 모두 가진 듯 하였다.
공부라는 건 이처럼 중차대하고 심리적 만족감까지를 동시에 부여하는 마력이 있다.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고 난 뒤 구 충남도청 청사 일대는 한동안 공동화현상이 빚어졌다.
이로 말미암아 상권마저 순식간에 붕괴되어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 소재 구 충남도청 자리에 대전광역시와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해 만든 <대전시민대학>이 오는 7월 8일 문을 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과거 충남과 역시도 ‘충남 대전’이 같은 ‘충청남도’라는 한울타리에서의 ‘형님’이었던 충남도청이 ‘동생’인 대전에게 도청 건물을 선물로 주고 간 셈이 되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전시민대학에 개설된 강좌는 모두 8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여기의 입학에 진즉부터 눈독을 들였으나 하루는 주간근무이고 이튿날은 야근의 업무가 계속되는 터여서 눈물을 머금고 신청을 할 수 없어 대단히 아쉬웠다!
오늘도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예산군의 농산물 브랜드인 <의좋은 형제> 광고를 보았다. 충남도청이 아우인 대전시에게 ‘의좋게’ 주고 간 선물인 구 충남도 청사가 더욱 소중히 관리 보존되면서 <대전시민대학> 외에도 보다 견실(堅實)하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의 창출과 커리큘럼 개발 교육장 등으로 계속하여 사랑받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