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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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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연

주당과 술꾼의 공통 정서

“나,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퇴근해. 그리고 퇴근하는 즉시로 씻곤 또 모임에 가야 돼.” “이번엔 어딘데?” “대전 사는 천안의 초등학교 동창들 송년회라고 알려줬잖아?” “맞아, 그랬지. 하여간 우리 신랑 ‘술 복’ 터져 신났네!”

 

어제 오후 야근을 나오면서 아내와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별다른 노력이 없이도 많은 돈을 가지게 되는 복을 일컫는 ‘돈복’은 있으되 ‘술복’은 사전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따라서 아내가 말한 ‘술복’의 정체는 평소 내가 술이라고 하면 얼마나 광분(?)하는지를 은근히 비꼬기 위한 아내의 노련한 작위적 작명 단어이다. 누구나 나름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술도 마찬가지다.

 

“작작 좀 마셔!”라는 아내의 지청구가 여전하지만 40년 가까이 내가 사랑하는 술은 역시나 소주다. 예전엔 승용차를 운전하며 전국을 무대로 특정제품의 마케팅을 수년 동안 하였다. 당시 강원도로 출장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의 식당 등지에서 맛본 특정 소주 브랜드 <경월소주>가 내 입을 기가 막히게 사로잡았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소주의 전국춘추시대가 아니었는지라 따라서 돌아올 전엔 자동차 화물칸에 그 맛난 ‘경월소주’를 아예 한 박스나 사서 오곤 하였다. 내가 사는 이곳 대전과 충남의 이른바 ‘지역 소주’는 <선양O(오)2린>이라는 브랜드다.

 

대전의 3대 명산 중 하나인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들어 더욱 유명해진 선양소주의 제조회사인 ㈜선양은 얼마 전 사명을 ㈜더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역에선 여전히 ‘선양소주’로 통한다.

 

전국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막강파워 <참이슬>(하이트진로)소주에 맞서 여전히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선양소주다. 한데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주라는 건 술자리에서 최초에 주문하는 소주로 간택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그날의 운명이 결정된다.

 

예컨대 통상 술꾼들은 처음부터 마신 소주를 내처 끝까지 마시려는 경향이 농후한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은 여전히 돈이 된다면 어디에든 진출한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롯데인데 막강한 자본력으로 주류업계로까지 문어발을 뻗친 롯데그룹의 ‘롯데소주(처음처럼)’가 그 예(例)다.

 

그러나 롯데로선 그야말로 성역과도 같은 부산에서조차 마산의 무학소주 ‘좋은 데이’와 부산의 대선주조 ‘즐거워 예’에 발목을 잡혀 찬밥 신세의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인터넷 신문의 경제뉴스를 어제 유심히 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경월소주’마저 인수한 뒤 야심차게 진출했다지만 현재는 지역민들로부터도 외면 받아 대기업으로 주인이 바뀐 현재껏 ‘처음처럼(롯데소주)’은 강원도에서도 ‘참이슬’에 밀려 만년 2위라니 새삼 쉬 바꾸기 까다로운 것이 바로 주당의 입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뉴스는 이 같은 현상을 보도하면서 롯데소주의 대표가 현장 매니저들을 질책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말인데 개인적으로 고루한 매출증진의 독려보다는 계족산 황톳길에 여전히 엄청난 자금을 들여 관리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칭찬이 자자한 ㈜선양처럼 지속적이고 보다 가시적인 지역발전에 더욱 공을 들이는 등의 이미지 메이킹 실천이 낫지 않을까 싶다.

 

주당이든 술꾼이든 공통의 정서는 내가 마시는 소주(술)의 이익금 일부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 실질적 도움과 재투자가 되는 걸 원하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