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연
황당한 생일 전야제
황당한 생일 전야제
시간은 밤 11시 40분
핸드폰 벨소리에 막 잠들었던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니 남편의 번호였습니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대뜸 남편은
“여기 아파트 후문이니까 빨리 옷 입고 경비실로 나와”라고 말하는 겁니다.
정신없이 점퍼하나 걸치고 나갔더니 남편이 경비실 앞에 와있었습니다. 앞에는 남자 손님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다짜고짜 타라는 겁니다. 제 남편은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데요. 장거리를 가야하는데 손님한테 얘기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잘됐다고 하시면서 사모님과 같이 가자고 했다는 겁니다. 서로 인사하고 ‘즐거운 드라이브가 되겠구나.하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손님이 불러주는 주소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으로 찍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들어가기 전에 킬로수가 166.8Km에 2시간이나 걸린다고 떠있었어요. ‘그 시간이면 참 먼데구나. 이천에서도 더 많이 가야하나?’ 잠시 의심을 할 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천이라는 이정표가 보여서 ‘이제 다 와간다.’생각하고 서로 의심하지 않고 재미있게 얘기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모르는 이정표만 보일뿐 ‘장호원’이란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서로 대화가 없어졌습니다. 불안감에 핸드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까 우리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수습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려던 길이 아니었기에 불안해오기 시작하면서 나갈 길을 찾았지만 몇 십 킬로를 가도 “나가는 곳”은 도대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운전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저는 저대로, 불안한 마음으로 가면서 손님은 조금씩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이 내비게이션이 안 좋으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바꾸라는 둥, 느리다는 둥,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는 둥’ 남편은 죄인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서로가 내비게이션만 탓하고 무작정 “나가는 곳”만을 찾아서 달려갔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드디어 “나가는 곳” 동서울 톨게이트를 왔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믿을 수 없어 ‘긴급민원실’에 가서 물어보기로 하고 “장호원 가는 길을 잘못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물어보니까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저 앞에 만남의 광장에서 돌아가세요”라며 친절히 안내해주셨습니다.
78Km만 가면 되는 거리를 130Km를 더 오게 되어 손님한테 죄송하다는 말씀을 수시로 하면서 이제는 진짜 ‘장호원’ 가는 길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손님은 가려던 곳과 얼마를 갔는지, 지금은 어디인지 계속 연락을 취했습니다. ‘장호원’이란 이정표가 뚜렷이 보이자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었습니다. 손님은 약속시간보다 1시간을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끈기와 인내력으로 잘 참아주셨습니다. 그래도 손님께 정말 정말 죄송해서 택시비 만원을 깎아드렸습니다. 손님을 내려 드리고 ‘도대체 오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는 길을 몇 시간 동안 헤맸을까? 무엇에 홀린 것처럼... ’생각해보다 내비게이션 찍은 것을 확인해보니 ‘장호원’이 아닌 ‘호원 새마을금고’로 되어있던 것 이었어요. 이천 가서 다시 확인해보자고 무작정 확인안하고 누른 것이 오늘의 큰 실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큰 실수를 한 것 때문에 중요한 것을 알았습니다. 아주 작은 행동으로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 작은 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겠다고...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가는 곳을 이렇게 내비게이션만 믿고 갔던 것도 후회가 되고요. 다시 한번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으로 가셨던 손님한테 죄송하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틀림없이 손님을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남편은 얘기합니다.
오늘 생일 전야제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