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사회성 발달 연령이 어리고 도움이 필요한 아들을, 동화 속 '피터팬'이라 부르며 20여 년간 정성껏 돌본 고 전경철 씨.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발달장애 아들이 지낼 시설 천여 곳을 직접 찾아 나섰던 '피터팬 아빠'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줬는데요.
그의 고향인 공주의 한 박물관에서는, 전 씨가 생전에 기증한 유물들을 모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효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손때 묻은 놋그릇과 함께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무 향로와 술병.
5세대에 걸친 한 가문의 삶의 흔적이, 박물관 한 켠에 마련됐습니다.
공주에서 태어난 이른바 '피터팬 아빠'로 알려진 전경철 씨가 생을 마감하기 두 달 전 기증한 유물입니다.
전 씨는 지난해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27살 발달장애 아들을 맡길 1천여 개 시설을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떠난 뒤 혼자 남겨질 아들이 안전하게 지낼 거처와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 환경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 전 씨는 자신의 유물을 고향 공주에 기부했습니다.
故 전경철 씨 (지난 7월 31일)
"종손들이 대를 이어서 그 살림을 관리해 왔는데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우리 종가를 지켜온 이 유물을 어찌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역시 고향에 남겨두는 게 맞겠다."
기증된 유물은 놋그릇과 제사용품 등 65점.
박물관 측은 문화재적 가치보다도 한 아버지의 삶이 담긴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기증을 받아들였습니다.
박진호 / 충남역사박물관 선임연구원
"고향이 공주, 지금은 세종시가 되었는데요. 공주 장기면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유물을 기증하실 때도 유물 앞에서 큰절을 한번 올리시고 저희에게 기증을."
꼭 직접 들러 관람하겠다고 했지만 전시 시작 이틀 만에 끝내 숨진 전 씨.
故 전경철 씨 (지난 7월 31일)
"'아빠가 지켜온 의미 있는 재산이 우리 집에, 고향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그렇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들의 머릿속에도."
그가 유물과 함께 우리 사회에 남긴 건 아들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과 깊은 울림입니다.
MBC 뉴스 전효정입니다.
(영상취재: 여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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