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우리 사회 선한 영향력을 소개하는 연속기획, 이음 순서입니다.
신호등 없는 골목길에서 운전자의 또 다른 눈이 되어주는 '반사경'.
정작 관리가 안 돼, 제 구실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낡은 거울을 스스로 닦으며,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주민이 있습니다.
작은 밀대 하나로 시작된 따뜻한 선행을, 이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전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긴 밀대로 골목길 모퉁이의 반사경을 구석구석 문지릅니다.
뿌연 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였던 거울이 남성의 손길을 거치자, 이내 반대편 골목까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대전 일대를 돌며 반사경을 닦아온 김대겸 씨.
지금까지 김 씨의 손을 거친 반사경만 1백 개가 넘습니다.
김대겸
"확 깨끗해지잖아요. 되게 기분도 좋고 뭔가 뿌듯하고 그런 느낌이 좀 드는 것 같아요."
반사경은 신호등 없는 도로 위에서 운전자의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안전 시설입니다.
실제로 신호등 없는 교차로의 치사율은 일반 도로보다 3배나 높고
과거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반사경 관리 소홀'이 인정된 판례가 있는만큼 그 역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 사실상 방치된 곳이 많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반사경은 위치도 틀어져있고, 찌그러진 캔처럼 일그러져 사물의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에서 다가오는 차량이나 사람을 미리 확인하기 어려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김 씨의 반사경 닦기는 교통 안전뿐 아니라 공동체의 인식도 바꿔놓습니다.
김대겸
"제가 이렇게 닦는 걸 보신 분은 적어도 여기에는 반사경이 있다는 거를 알고 계신 거 같아요. 내부적으로도 그렇고 외부적으로도 좀 환경을 바꾸고 싶었어요."
전문가들도 마치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깨끗하게 관리된 시설물은 지역 사회의 도덕성을 높인다고 분석합니다.
이도선/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거리에 더 많은 눈을 유지시킨다는 측면과 동시에 우리 지역의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어떤 가로가 확보될 뿐만 아니라‥"
설치된 뒤 무관심 속에 잊히기 쉬운 도로 위 거울.
그 거울을 닦아내는 한 손길이 동네의 안전과 이웃의 마음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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