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고령운전자 사고에도 면허 반납 대신 오히려 운전대를 놓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이동 환경을 보도해 드렸는데요. 과연 차에서 내려 걷는 길은 안전할까요?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로 숨진 노인만 연간 160명에 육박하고 특히, 대전은 사고율이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이혜현 기자가 노인의 몸으로 거리에 나가봤습니다.
◀ 리포트 ▶
대전의 한 교차로.
시장과 병원이 인접해 있어 오가는 어르신들로 붐빕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건널목 위로 지팡이를 짚은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대전시 도마동 주민
"(걸음이) 조금 더디니까 가다 보면은 저쪽에서 빵빵거리지 벌써 와가지고‥ 여기서는 빨리 가려고 해도 안 가지잖아."
현재 보행 신호는 건장한 성인 기준인 1초당 1미터 속도로 맞춰져 있습니다.
"이곳 25미터 횡단보도에 주어진 보행 시간은 26초 남짓입니다. 제 걸음으로는 20초가 걸렸는데요. 이번에는 노인의 신체를 체험하는 복장을 입고 다시 건너보겠습니다."
팔다리에 모두 6kg에 달하는 모래주머니를 차자 한 걸음 내딛기가 벅차고, 백내장 체험 안경까지 쓰니 시야도 뿌옇게 변해 어지럽습니다.
초록불이 깜박여 마음은 급한데 굳어버린 관절 탓에 뛰는 건 힘겹습니다.
건너편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빨간불입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24년 기준, 횡단보도를 건너다 숨진 노인만 159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대전은 관련 사고율이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대전시는 노인 사고가 잦은 대전역 인근 중앙시장 앞의 신호 신호 기준을 초당 0.7m로 늦췄습니다.
하지만 이곳조차 어르신들의 걸음은 숨이 가쁠 정도입니다.
정길애 (81세)
"이따가 빨간불 켜지면 큰일 나, 가다가 중간만 가서 못 가면 기사들이 막 뭐라 그래. 막힌다고..초록불 딱 켜지면 가야 해."
횡단보도까지 가는 것도 버거워 차도를 횡단하는 탓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경만/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차장
"주의력과 판단력이 좀 저하되기 때문에 사고가 좀 많이 발생하는 걸로 나옵니다. 신체 능력도 저하되다 보니까 최단 거리로 길을 건너기 위해서 무단횡단을 많이 하십니다."
이미 서울과 광주 등에서는 보행자를 감지해 자동으로 신호를 연장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 그래픽: 최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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