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최근 만취 승객이 몰던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다
숨진 대리기사는 승객의 폭언과 폭행에도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기사들은
운전대를 놓을, 작업중지권을 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리로 나온 동료들은 30만 대리기사가
매일 밤 위험 속에서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과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김광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만취 승객이 욕설과 폭행을 하고,
대리기사를 매단 채 1.5km를 달려
숨지게 한 사건.
60대 대리기사 이진호 씨도
2년 반 전 겪은 일이 떠오릅니다.
대리운전 요청을 받고 대전에서 계룡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승객은 자신이 입력한
금액이 비싸다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급기야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주먹으로 이 씨의 낭심을 때렸습니다.
이진호 / 대리기사
"이거 아니면 생계가 조금 힘드니까. 속상하지만 해야 되고 그런데 참 비참하죠. 이 나이에 젊은 놈한테 얻어맞고.."
반말과 욕설에 무시하는 행동도
없는 날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라는 겁니다.
이필기 / 대리기사
"5만 원짜리 접힌 걸 꺼내면서 얼굴에다 던지면서 '야 자기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아냐'는 식으로 이렇게 던져버리더라고요."
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참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재해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쓸 권리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꼬박꼬박 2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플랫폼 기업은 보호장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창배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위험에서 최소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어뷰징이
우려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리고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가 2백만 명이 넘는 현실에서
정부가 나서서 이들 기업을 규제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동 관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업체들이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기업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인이 /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업체와의 종속성에서 보면 거의 고용된 거나 다름없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분들을 다 같이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어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을 (고민해야 한다)."
동료의 처참한 죽음을 마주한 뒤 거리로 나온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광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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