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대전에서 만취한 승객이 대리기사를 차량에
매단 채 달려 숨지게 한 사건.
숨진 대리기사는 마지막까지 승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폭언에도 맞서 싸우거나 자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동료 대리기사들은 승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부당한 노동 환경이 있었다고 말하는데요.
이혜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대전에서 만취한
30대 승객이 대리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밀쳐낸 뒤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대리기사는 안전벨트도 풀지 못한 채 차량에
매달려 1.5km 넘게 끌려가 끝내 숨졌습니다.
홀로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10년 전부터 새벽 길을 달린 60대 가장이었습니다.
대리기사 유족
"저희 아버지의 삶 자체가 너무 고되고. 아버지 친구분들한테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참 곧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는데‥"
사고 당시 그가 남긴 마지막 통화에도 고객을 향한 책임감이 묻어 있습니다.
숨진 대리기사 (사고 당일)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자 잠이 깼다며 욕설과 폭행을 당했지만, 맞서 싸우거나 자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성노근/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과장
"(블랙박스에) 피의자가 대리기사한테 일방적으로 욕설하는 그런 음성이 많고, 그 대리기사는 "잘할게요. 잘할게요." 이런 달래는 그런 멘트가‥"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기형적인 노동 환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손님과 갈등이 생겨 업체의 눈 밖에 나면
'블랙리스트'로 분류돼, 지역 내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운행을 포기해도 업체로부터
최대 12시간까지 배차를 제한당하거나
대리비를 받지 못했는데도 약 2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이 뒤따릅니다.
이광원/전국대리운전노조 대전지부장
"콜을 빼버리면은 업체에서는 뭐라고 그러냐면, 만약에 당신이 그 자리를 떠나면 그 사람이 음주운전을 할 수도 있는데 '음주운전 방조죄' 아니냐‥"
경찰에 신고할 여유를 갖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대리운전 업체는 콜마다 점수를 매겨
높은 점수를 채운, 즉 '콜 할당량'을 채운
기사에게 다음 날 우선 배차를 줍니다.
조사를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수입은커녕 업체가 제시하는 '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다음 날 배차까지 제한됩니다.
이광원/전국대리운전노조 대전지부장
"그 (콜)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 소위 말해서 불량 손님이라든지 저가 콜이라든지 이런 것도 그냥‥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대리기사 10명 중 7명가량이 운행 중 폭언이나
폭행 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조차 없는
기울어진 구조가 결국 비극을 불렀습니다.
MBC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여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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