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기후위기 속 '폭염 불평등'
실태를 분석하는 기획보도
다섯 번째 순서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올해만 충남에서 2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는데요.
실제 지난 5년간 자료를
분석해 보니, 충남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1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주로 농촌에 집중됐는데,
얼마나 뜨거운 건지, 김광연 기자가
구급 대원과 동행해 농촌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기온 32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밭에서
50대 여성이 쪼그려 앉아 호미질을 합니다.
15분이 지나자, 심박수가 120bpm까지 올랐고,
30분 후에는 137bpm까지 오르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윤종숙 / 50대 농민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게 불쾌하고요.
햇볕이 너무 따갑고. 그리고 이제 현기증이
한 번씩 날 때도 있어요."
밭일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되자 어지러움과
탈진 증상을 보이며 동시에 혈압은 떨어지고
심박수가 143bpm까지 오릅니다.
일을 멈춰야 할 정도입니다.
윤종숙 / 50대 농민
"여기 서니까 갑자기 몽롱해져요. 그리고
까맣게 보여. 그리고 지금 제 목소리가 두 개로
들려요."
그늘이 없는 논과 밭은 내리쬐는 뙤약볕에
더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11시 반을 조금 넘은 현재 이곳의 기온은
33도입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지면의 온도를
재보니 60도에 육박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는 장소도 농촌이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경기도가 가장 많고 경남과 전남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온열질환 사망자는
충남이 1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농경지가 많은 지역에 사망자도 몰린 건데,
사망자 10명 중 3명꼴로 논과 밭 등이었습니다.
기온이 오르기 전 농사일을 하려고 하지만,
출하 일정을 맞춰야 하거나 일손이 부족해
한낮까지 일하다 쓰러지는 일도 허다합니다.
무더운 날은 그냥 쉬면 되지 않냐는 말은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굶을 수 있는
농촌의 현실 앞에 있으나 마나입니다.
김숙예 / 70대 농민
"덥기 전에 하려고 일찍부터 하고. 뜨겁기 전에 끝내려고 일찍부터 해요, 쉬지 않고."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3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명이 실제로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집중됐습니다.
특히, 60살 이상 고령층이 2/3를 차지했는데,
홀로 작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류지현 / 대전소방본부 구급팀 소방장
"노약자분들은 많이 더운 낮 시간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 주시고요. 물 수시로 많이
드시고 시원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정부는 해마다 '폭염 대책'을 내놓습니다.
그늘막과 무더위 쉼터, 스마트 정류장과
작업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 의무화.
해마다 극한 폭염이 되풀이될 만큼
무더위가 자연재해가 되어버린 요즘.
폭염이 목숨을 가장 위협하는 곳은
도시가 아니라 논밭이지만,
폭염 대책의 시선은 여전히 도시에 머물고
있지 않은 지 한 번쯤 돌아볼 때입니다.
MBC 뉴스 김광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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