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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달군 어촌.."하루도 쉴 수 없어요"/투데이

이혜현 기자 입력 2025-07-30 08:39:36 수정 2025-07-30 08:39:36 조회수 4

◀ 앵 커 ▶

기후 위기 속 '폭염 불평등'

실태를 짚어보는 기획보도,

네 번째 순서입니다.

뙤약볕에 달궈진 배 갑판과

갯벌에서 일해야 하는 어민들은,

바다가 내뿜는 수증기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진에서는, 바지락을 캐던

70대 어민이 폭염에 쓰러져

숨지기도 했는데, 어민들의 혹독한

여름나기 현장에 이혜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오전 7시 반, 벌써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태안 마검포항 인근 앞바다.

장어잡이 어민들이 배를 띄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옷 위로 무릎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에,

방수 재질의 작업복까지 겹겹이 걸쳐야

비로소 일할 준비가 끝납니다.

그늘 하나 없는 선상 위

햇볕에 달궈진 갑판은 신발을 뚫고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겁습니다.

김만수 / 태안군 어민

"보이죠? 땀. 죽겠어요. 직업이 이거니까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놀 수도 없잖아, 맨날."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작업은 잠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미리 바다에 던져놓은 통발 수십 개를

한 번에 걷어야 엉키지 않기 때문에

선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도 사치입니다.

김만수 / 태안군 어민

"에어컨 있으면 뭐 해요?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 쐬지도 못하잖아."

바지락잡이가 한창인

갯벌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민들은 쪼그려 앉아 연신 호미질을 하며

쏟아지는 뙤약볕은 물론, 바닷물이 내뿜는

더운 수증기까지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현재 이곳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지만 어민들은 그늘 하나 없는 갯벌 위에서 바지락을 캡니다. 바닷물에서 올라오는 증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져만 갑니다."

물때에 맞춰야 하다 보니 정오 무렵,

가장 무더운 시간에도 작업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예순이 넘는 고령의 어민들은

4시간 넘는 작업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걸어서 15분 거리, 800m 떨어진 곳에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쉼터가 있지만,

발이 푹푹 빠져 오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갯벌에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가재풍 / 태안군 어민

"생계 때문에 나오는 거야. 썰물 때 우리가 열심히 긁어서 노인들이 용돈 벌어 쓰려고 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살겠냐고."

폭염에도 하루도 쉴 수 없는 이유는

매일 30kg 이상의 바지락을 꼭 캐서

연간 120만 원 이상의 수산물을 팔아야

'어업경영체' 등록을 유지할 수 있어서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극한 폭염에

바지락 폐사마저 잇따르면서

목표량을 채우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게 살았어야 하는데. 다 죽어서 이래요."

실제 당진에서는 폭염에도 일을 놓지 못한

70대 어민이 바지락을 캐다 숨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어민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상 휴식 의무나

작업중단 기준조차 적용되지 않습니다.

MBC 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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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do99@t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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