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이번 극한 호우로 충남에서
하천 제방이 여러 곳이 무너져,
주택 수백 채가 물에 잠기고
수백 명이 대피했습니다.
주민들은 해마다 물난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예고된 인재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골목 안까지 밀려든 물이
주택 담장을 넘고, 마당까지 들이칩니다.
지난주 예산에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삽교천을 가로지르는 제방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하천 물이 마을을 덮치면서,
예산에서만 주택 5백여 채가 침수되고,
6백 명 넘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주민들은 무너진 제방 위에 설치된 교각이
지반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김지섭 / 예산군 삽교읍 주민 (지난 17일)
"이거는 교각을 세우는 거 밑에서 구멍이 나가지고 거기서 지금 물이 다 들이치는 거 아니에요. 그럼 부실 공사한 것밖에 더 돼요, 지금 이게?"
비슷한 시각, 불과 4km 떨어진
지방하천인 성리천에서도
흙으로 쌓은 제방이 무너지면서
농경지가 그대로 물에 잠겼습니다.
이환직 / 예산군 삽교읍 주민
"다리에서 잘못된 거고, 이거를 막고서 제방을 만들었어야 해요. 근데 막 계속 터진 거예요. 물이 다 나왔어."
서산에서도 수백mm가 넘는 비를 감당하지 못한
제방이 무너지면서, 비닐하우스며
가드레일까지 물살에 주저앉았습니다.
"당시 강한 물살이 제방을 무너뜨리며
이 일대 마을까지 덮쳤습니다. 흙더미와 함께 휩쓸려 내려온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지금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 생계를 잃은 주민들은
무너진 제방이 예전부터 패이고
약해져 있었다고 말합니다.
서산의 경우, 작년에 이미 제방이
한차례 무너져 일부 구간만 보수하면서,
보수되지 않은 구간이 크게 붕괴했다는 겁니다.
서산시 음암면 주민
"저기를 (돌로) 쌓은 거예요. 쌓았는데
그 다음이 터진 거 아니야, 이제. 그러니까
사람들이 볼 때는 저것(석축)처럼 해놨으면
안 터졌을 텐데. 그런데 또 멀쩡할 때는
석축을 못 쌓잖아. 사고가 나야 일을 하지."
지방하천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사고 지점 모두 유속이 빠르지 않아
지침에 따라 콘크리트 대신 흙으로 시공했고, 이제까지 관련 민원도 접수한 바 없다며
인재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국가하천의 경우 국토부 지침에
제방 위에 교량의 기초시설을 설치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지만,
이번에 유실된 삽교천의 제방은 국토부 지침이 제정되기 전에 설치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번 폭우로 2천억 원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 충남도는, 뒤늦게 제방 붕괴를 막기 위해
지방하천 설계 기준을 200년 빈도의
극한 호우까지 견딜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혜현입니다.
(영상취재: 여상훈)
◀ END ▶
- # 폭우
- # 제방
- # 인재
Copyright © Daejeon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