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충남을 강타한 괴물폭우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8백 명 가까운 주민들이
삶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엔 복구 작업, 밤엔 대피소 생활.
이들의 힘겨운 여름나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윤소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7일 새벽, 하천이 범람하면서
충남 예산의 한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습니다.
구명보트를 타고 겨우 몸만 피한 주민들.
다시 찾은 집은 그야말로 폐허였습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정든 세간살이를 하나둘 정리합니다.
현종학/예산군 삽교읍
"답답한 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좋은 물건, 아기자기하게 아껴 쓰던 거 다 그냥 버리니까.."
평생을 일궈온 삶터를 앗아간 폭우.
유난히 맑게 갠 하늘이 오히려 더 야속합니다.
윤정숙/예산군 삽교읍
"바라는 것도 없어. 나 죽었으면 한갓지겠어, 안 보면 한갓지겠어."
새벽부터 복구 작업에 나선 주민들의
임시 보금자리는 마을 근처 체육관입니다.
나흘째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돗자리 위에서 쪽잠을 청하는 생활.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임영순/예산군 삽교읍
"여기 물 차도록 있다가 막 119에서 (구조)해서 데리고 갔어요, (대피소가) 안정이 되지."
"학교 체육관에 딸린 이 작은 화장실을 40명이 넘는
수재민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샤워시설 없이
세면대 두 대가 전부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복구는커녕 집 안 사정도 살펴볼 수 없습니다.
김남식/예산군 삽교읍
"갈 수가 있어야지, 나 눈 안 보여. 우리 집만 지금 안 치우고 있는 거야."
지난 17일 충남을 덮친 괴물폭우를 피해
삶터를 떠났던 주민은 모두 2천5백여 명.
하지만 8백 명 가까운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보니,
무더위 속 건강 문제도 걱정입니다.
기약 없는 대피 생활에
다시 시작된 폭염까지 겹치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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