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요즘 대전 하천변을 지나다 보면
예년보다 벌레 떼가 부쩍 늘면서,
마스크와 안경 없이는 걷기
힘들 정도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일각에선 대전시의 3대 하천
준설 이후, 생태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현장을 윤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천변 곳곳에서 검은 회오리처럼 무언가가
동시에 피어오른 모습.
새 떼가 출몰한 듯도 보이지만,
정체는 다름 아닌 하루살이 떼입니다.
이 광경은 지난 14일,
대전 유등천 일대에서 포착됐습니다.
이달 들어 예년보다 벌레 떼가 눈에 띄게
늘면서, 산책길마다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유등천 일대 주민
"벌레들이 안면으로 스치고 눈에 들어가고 입에 들어 가고 코에 들어가고.. 딱딱한 날파리들, 좀 진화된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벌레 떼 출몰에, 자치구들은
해충 방역을 긴급 강화했습니다.
최하나 / 대전 서구 감염병관리팀장
"물 고인 곳, 하수가 방류되는 곳을 중심으로 집중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벌레 떼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대전시의 3대 하천 준설 사업 전후로
멸종 위기종을 비롯한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하천 생태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김기태 / 대전시 둔산동
"(예전에는 너구리) 일가족이 다니기도 하고, 새벽에 나와보면 길가로 사람하고 같이 걸어가고.. 그런데 정비 사업을 하면서 거기서 사는 게 (어려워진 거죠.)"
대전시는 지난해 12월부터 170억 원을 투입해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등 20.7km 구간에서 대대적인 준설 작업에 나섰습니다.
호우 시 범람을 막기 위한 취지였지만, 전문가들은 대전시의 홍수량 산정이 정부 공식 수치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백경오 / 한경국립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대전시가) 홍수량을 두 배 가까이 뻥튀기해서 보고서를 만들었더라고요. 그렇게 홍수량을 늘려 놓으면 거기에 따라서 홍수위를 계산하면 홍수위가 올라가게 되고 그러니까 당연히 준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환경단체는 무분별한 준설이 결국 하천 생태계 붕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도훈 /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대규모로 하천 준설을 했어요. 그러면서 서식지를 미처 마련하지 못한 어류라든지, 조류, 양서류 이런 생태계 중간자 역할을 하는 개체 수가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으로.."
단순한 계절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생태계의 경고 신호가 뚜렷하지만, 대전시는 여전히 원인 규명과 진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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